그리고 아무말도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새 책이 맘에 들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서 걸었을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커피,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햇빛이 금빛으로 사치스럽게 그러나 숭고하게 쏟아지는 길을 걷는 다는 일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전혜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우울모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글이었다. 미소하는 일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난 항상 공감한다. 반박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습관적으로 생각해보지만, 1번 자아가 큰소리로 당연히 의미있는 일이잖아, 라고 떠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