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구마모토 4일 (야타케, 소세키, 현대미술관)
2010년 3월 24일
09:17 친구 배웅 (야타케 체험하러 감, 나는 시내 배회) 10:52 구마모토성앞 찻집 13:09 소세키 하우스 14:41 호텔왔다가 16:26 지옥온천 가봄 18:53 시립미술관내 홈 갤러리. 피아노 라이브 (大林由紀상, 고마워요~) 19:56 산수정. 라멘 21:40 프런트에서 온천 추천받음.
꽃놀이. 올해는 며칠 빨리 시작된거라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니, TV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사진은 요기에서 집어왔다.) 만그루의 벚나무속으로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장면이었다.
감탄하고 있는데, 친구가 새벽까지 인터넷을 뒤진 결과, 야타케에 가기로 했다고 한다. 야타케역도 비경역이다. 인연이 닿지 않으면 가보기 힘든 곳. 아침부터 서둘러야 다녀올 수 있다. 아니면, 가고시마까지 가서 자야할 수도 있다.
구마모토역에 따라가봤다. 히토요시행 증기기관차(SL)를 타보려는 사람들로 역이 붐비고 있었다. 나도 가볼까 했는데,
차비가 너무 비쌌다. 그동안 생각없이 썼더니 꽤 많이 초과해버렸다. 그리고, 혼자서 정리해야할 노트가 있었다.
TV에 나온 바로 그 녀석이 구마모토역으로 들어왔다 !
이 아저씨는 계속 불을 때고 있었고, 차내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다.
나는 친구를 배웅하고, 멀리서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기차에서는 제복도 입혀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복잡한 기계실
바로 그 벚꽃 코스다. 카메라를 손에 든 많은 사람들이 계속 기차를 찍어대고 있다.
친구는 “모든 이가 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타쿠가 평범해지는 순간이었다.” 고 얘기했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밖을 찍으면 검은 연기때문에 별로라고도 했다.
그 시각 나는.
나는… 구마모토역 관광안내소에서 다시한번 시로메구린 표를 끊어서, 구마모토 성으로 올라갔다.
근육 이완법이나 위빠싸나 노트를 정리하려고 집에서 자료를 잔뜩 들고왔는데, 그동안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다. 성앞의 찻집에 앉아서 1차 정리를 해주었다.
(시로메구린은 구마모토성 주변 관광포인트들을 순환하는 버스다. 한번 타는데 130엔. 300엔짜리 표를 사면 하루종일 탈 수 있고, 몇몇 곳에서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그리고, 소세키 선생의 집을 찾아갔다. 어제가 휴일(야스미 ㅜㅜ)이었으니까.. 오늘은 영업하시겠지.
한다 !!
집안에는 동네 아주머니들로 보이는 분들이 입장료(200엔)를 받고 있었다. 시로메구린 티켓을 보여주니 40엔인가 할인해 주셨다.
관람객은 할아버지 두 분 뿐이었는데, 너무 조용하게 계셔서 사진찍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소세키 할아버지도 끄적끄적하다가 더우면 이걸 돌렸겠지?
툇마루. 저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마당. 꽤 넓었다. 가난했다고 들었는데, 구마모토에서는 풍족하게 지냈나보다. 아니면, 당시에는 이 정도는 기본이었나?
작품활동중인 소세키 선생의 인형.
특이한 창문.
손님이 오면 여기에 같이 앉아서 수박을 먹었을 것 같다.
밖으로 나가봤다.
여기도 세콤이 지켜주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공간. 오래돼서 벗겨지고 반질반질해진 공간.
집 전체가 완벽한 공간처럼 보였다.
많이 부러웠다.
정원사가 일부러 떨어뜨려 놓은 걸까. 자연이 장식해 놓은 걸까.
한시간은 있었던 것 같다. 갑자기 몸이 으실대는 것 같아서, 시로메구린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호텔로 돌아갔다.
이 시각, 친구가 탄 기차는 야타케 역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을 위해 약간 오래 정차해준다. 그래봐야 5분 ~ 10분정도.
그리고 떠난다.
기차가 떠나버린 무인역에서..
한동안 쓸쓸함을 즐긴 것 같다. 이럴 때는 뭔가를 끄적거리거나, 책을 읽으면 좋은데 …
그 시각 나는, 호텔에 돌아갔다가, 목욕이 너무 하고싶어져서, 어제 봐두었던 가미도리 아케이드 끝의 지옥온천이라는 목욕탕에 갔다.
헌데 여긴 시설도 천연 기념물 수준으로 후지고, 결정적으로 천연 온천이 아니라서 기분이 나지 않았다. 몸만 데우고 금방 나와버렸다.
아케이드의 서점들과 이런 저런 가게들을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문득.
어제 손해본 시로메구린 티켓값까지 모두 복구하려면 몇군데는 더 할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져보니 근처에 구마모토시 현대미술관도 할인 가능 목록에 있었다.
며칠째 계속 지나다니던 번화가였는데, 몇걸음 떨어진 곳에 아주 조용한 미술관이 있었다.
입장료를 내지않고 들어갈 수 있는 홈갤러리라는 공간에는, 예술 서적들이 쌓여있었고, 편한 의자도 있었다. 오호 서점에서 시간을 때울 필요가 없겠다.
사진이랑 그림에 관한 책들을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오전에 하던 문서정리를 계속하려고 쇼파에 앉았는데,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짧게 녹화해봤다. 삼십분정도 연주한 것 같았다. 끝날 때까지 조용히 앉아있었다.
무사히 귀환한 친구와 접선해서 먹은 산수정의 라멘(750엔). 앗, 고무라사키랑 다른 맛이다. 어디가 더 맛있다고 판정하기 힘든 미묘한.. 차이.
자..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