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게, 아름다운 날

어릴 때, 이런 골목은 흙바닥이었다. 애들이 놀고 있고, 가게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있던 풍경이 기억난다. 그 골목으로 어느날 자가용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았지만, 그게 뭔지 설명하기는 힘든 나이였다. 어쨌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머리를 들이미는 것들이 싫었다.

횡단보도에 머리를 들이미는 차들도 싫고, 그 횡단보도에서 깜빡이는 파란불을 보며 뛰어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스무살 무렵에 피피에 갔었다. 그게 내 추억중에 하나였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십년넘게 꿈만 꾸다가, 파티션과 야근이 싫어졌을 때, 다시 피피에 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북쪽 끝의 작은 마을 빠이를 만났다. 신호등 같은 건 없는 마을이었다. 피피, 빠이. 태국은 천국이었다. 사람들은 마주치면 웃었고, 세상에 그렇게 급한건 없다고 얘기하곤 했다.

안돌아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한대로 살아야지 했다. 우리 동네가 좀더 느려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는데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면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요즘. 모든게 다 무너져버린 것 같다.

오늘, 하늘도 나무도 모두 모두 예쁘다.

걷다가,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날. 눈물난다” 라고 적었다.

다시. 뭔가.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