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 기억

사실 그날은 카메라가 손에 없었다.

길을 걷는데, 오다가다 몇번 본 것 같은 동네 총각이 오토바이 뒤에 타라고 했다. 그는 내가 카오소이라는걸 먹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뒤에 탔더니, 마을에서 좀 떨어진 국수 노점상에 끌고간다.

고소한 맛이 강했고, 그간 먹었던 태국 국수들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카오소이 맛있구나. 셀렉남과는 다르구나. 기억해둘까나.

정말 맛있다고 웃고 떠들며 여행수다를 떠는데, 어딘가를 가리키며 가봤냐고 했다. 나는 빠이 온천에도 가봤다구요. 왓 프라타어찌구도 가봤구요.

그는 웃으며, 또 뒤에 타란다. 이번에는 다운타운에서 떨어진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에 데리고 갔다. 가정집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변하는 중간 단계쯤에 위치한 집이었다.

거기에서 뭘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나무로 만든 티피하우스에 가만히 앉아서 다운타운쪽으로 펼쳐진 목장을 바라봤던 것 같다. 꽤 더운 날이었다.

소,말이 풀을 뜯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주인집에서는 음식을 만들면서 태국말로 떠드는 소리가 들렸고, 하늘이 무척 파란 색이었던 것 같다. 말중에는 어쩐지 백마도 있었다.

저 말을 찍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고, 그냥 여기에서 누워있다가 그대로 죽으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도 같다.

빠이를 생각하면 이런 저런 풍경들이 떠오르는데, 사진이 없어서 흐릿해졌던 기억하나를 글로라도 되살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