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기 - 빠이도착

박제권
9월 10일 (치앙마이) 아침이다. 사람을 대할 때 편하게 웃지 못하고, 눈가를 찡그리거나 어깨에 힘을 주는것. 긴장하기 때문이다.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할까봐? 내가 무슨 실수를 할까봐? 내 소중한 무엇이 상처받을 까봐? 무엇 때문이지? 단지 타인이기 때문일까? 와로롯 시장을 헤맸다. 아침부터 온천에 가려고 했지만, 결국 쌈깡펜이란 마을까지만 가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말이 통해야 뭘 해먹든가 하지. 하지만, 안통하는 영어로 길을 가르쳐주던 여고생은 정말 이뻤다. 수줍어 하는 모습도 그랬고.

정리하기 - 푸켓, 치앙마이

박제권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옮겨적는 중이다. 이때까지는 아직 푸켓이었고, 치앙마이로 올라오는 길에도 뭔가를 끄적거렸다. 반타이 리조트, 다른 사람 자는 데 껴서잤다. 어제 단체로 푸켓에 들어오던 대만인지, 홍콩인지, 한국인지 모를 신혼부부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는가? 건너편의 방들은 모두 모두 커튼을 쳐놓으셨네 그랴. 머릿속에 건너편의 방들에서 각각 열심히 뭔가를 했을 꺼란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우리는 그런대로 종족보존에 성공하고 있는 거야. 잘하고있어. 친구들! 9월7일 10시 내일 떠나기로. 찰리님을 못보지만, 어쩔 수 없다.

정리하기 - 파타야,방콕,피피

박제권
아… 정리하려니까 길다. 사진 좀 올려보자. 파타야. 파타야에서 돌아오던 길. 암튼, 땅이 무쟈게 넓어요. 대강 씨뿌리면 뭔가 자라고 말이지. 방콕 여긴 태국의 파출소. 그냥 사진쫌 찍어봤다고.. 방콕에서 단군아저씨와 “짐 톰슨 하우스 앞 간판에서 번개”를 하기로 했었다. 우여곡절끝에 만났다. 만났어. 사진은 씨얌에 있는 쏨땀집. 쏨땀맛은 역시 푸켓타운 란짠펜이 제일 좋았어. 고기 파는 집에서 만든 쏨땀이 최곤것 같아. 단군아저씨, 난 아직 빠이에 있어요. 피피 피피 들어가는 배에서.

정리하기 - 파타야 (8월27일)

박제권
8월 27일에 끄적 거린 것.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걱정하기” 습관인 것 같아. 어깨를 움츠리거나, 웃을 때 찡그리는 것도… 근데, 뭐가 그렇게 걱정일까. 걱정한다는 건 두려워 한다는 것. 왜? 약하니까,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두려운 것이다.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약한 것은 허상이 아닐까. 자기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상이 아닐까.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허상이겠다. 실상은 그 어느쪽도 아니다. 그냥 있을 뿐이다. 거기에 어떤 색깔을 입히게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그러나, 거기까지 가고 나서도 여전히 만약 색깔을 입히지 않은 그대로의 세상을 제대로 보게된다면, 그럼 두려워지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정리하기 - 파타야 (사진)

박제권
파타야 우드랜드 호텔. 파타야 근처에서 코끼리 타기를 해보았다. 누군가 코끼리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전에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뭐, 타보니까 괜찮드만. 불쌍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짜식. 이러고 사는 거다. 진리의 성전 진리의 성전이다. 이름은 골때린다. 꼭 사이비 종교단체 같다. 사실은 돈많이 번 어느 사업가가, 모든 종교의 상징을 한군데 모아서 뭔가 그럴싸한 것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가볼만 하다. 상징적인 것. 탑이나 불상을 모시게되면 그 근처에는 자연스럽게 기운이 생기게 된다.

정리하기 - 파타야

박제권
어제 몽땅 올리려고 했는데, 중간에 파워가 나갔다. 이 피씨방에는 귀여운 유피에스가 있는데, 그놈, 계속 삐이삐이거렸다. 무시하고 글을 써나가니 중간에 퍽, 나가버렸다. 전기.. 자주 나간다. 걸핏하면 나간다. 너무 좋아..~~ 8.27 > 지칠 때까지 나이트클럽에서 놀았다. 맥주한병 사주면 될꺼라던 여자애가 “나좋아?” 라고 한국말을 했다. 당근이지 “너 이뻐” 라고 해줬다. 뭐, 그렇게 이쁘거나 그렇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의란게 있잖아. > > 근데, 그게 오늘 자신의 밤영업에 손님이 되어주겠냐는 뜻이었다. > > 그걸 알고 나서 “엇.

정리하기 - 방콕-파타야

박제권
이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좀 힘들었습니다. 워낙 술마시는 것과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나는 저로써는 말이죠. 어쨌든,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서, 수첩에 지금까지 끄적거려놓은 것을 올립니다. 8.26 장스포츠랑 이글크릭을 비교해 보았다. 확실히 배낭전문 메이커가 만든 것이라 좀 무거워도 등과 어깨가 편했다. 이글크릭으로 결정. 10시에 집을 나왔다. 회현동 우리은행으로 가서 바트화환전을 하기로 했다. 어제 분명히 “내여자니까”를 MD에 녹음했는데, 실수로 지워버렸나봐.

빠이사진 몇장 (빠이)

박제권
정말 아무일도 안합니다. 트래킹도 안하고, 온천도 안가고, 목에 고리를 차고있는 카렌도 안보고, 그냥 인나서 밥먹고 책보고 요가하다가 잡니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그건 빠이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냥 우리나라 시골하고 비슷합니다. 사실 태국 북부는 많은 점에서 우리나라 이삼십년 전하고 비슷합니다. 나중에 사진이 다 올라가면 좀더 많은 얘기를 쓰겠습니다. 저쪽 피씨방에 사진들이 있는데, 거시기.. 오늘은 아스팔트 공사를 한다고 전기가 안들어온다네요. 근데, 아스팔트를 까는데, 왜 그쪽 블럭이 전기가 나가는 겁니까? 왜?

빠이 (빠이)

박제권
오늘쯤에는 여행기스러운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일단 미루고 그냥 있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할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다. 5일째인가? 한국말을 쓰지 못했다. 끄적거릴때나 속으로 뭔가를 생각할때만 우리말을 쓴다. 때로는 혼잣말을 하면서 어떤 단어들은 영어로 중얼거린다. 웃긴다, 단 5일만에. 치앙마이에서 여기오는 버스에서는 운전수랑 나를 제외한 나머지 열명은 서양애들이었다. 이제는 걔들이 하는 것 처럼 길에서 마주칠 때 웃어주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사람이 지나가면 저절로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게된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순가. 대강 살자.

기다릴 수 없어 (푸켓)

박제권
빠이로 가버리자. 더이상 누구를 만난다거나 하는 것에 연연하다간 혼자만의 여행은 영영 물건너 가버리겠다. 내일 오전버스를 끊었다. 장장 이틀이나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면서 가보자. 빠이에 도착해서 마음이 잠잠해지면 다시 접속하리다. 댓글 빨강머리앤 : 빠이로 갔어? 푸켓엔 더이상 있지 않는군..^^ 나는 오사카로 결정했어..오빠보러 갈까했는데.. 집에 와서야 보겠네..10월엔 오려나? (2004-09-07 22:15:34) 소녀 : -.-;;; 기껏 쓴글이 날아갔군요 오늘 빠이로 떠나신겝니까 지금쯤 버스 아니면 기차안에 계시겠군요 차조심 길조심 모기조심하시구요 바뜨 여자는 않조심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두분다 나가시면 집은 누가 지키나요?

타운에서 조금더 (푸켓)

박제권
8일에 찰리아저씨가 오신다해서 잠시만 더 있기로 했다. 17000밧남았다. 25밧짜리 볶음밥과 150밧짜리 방에서 지내고 있으니 80일을 더 살수있다. 하지만 빠이까지 버스-기차로 가면 1000밧정도, 비행기는 3000밧정도 들것같다. 어딘가에 들어있던 87달러를 환전하면 교통비로 쓸 수 있겠다. 결국 빠이에서 80일넘게 지낼수있다. (1밧은 30원정도?) 들어오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는데.. 썬라이즈 직원으로 보이는 갑다. 까짓, 여기서 HTML 코딩하면서 살아도 괜찮긴 하겠지만… 빠이에 한번 들어가면 아마 나오지 않을 꺼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23일에 스프가 올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만날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빠이에 들어간 다음에 그 후 일정을 정하자.

푸켓타운 (푸켓)

박제권
피피에서 뷰포인트는 이번에도 실패. 너무 높아보였다. 까르마의 불쑈는 찍었다. 동영상으로. 곧바로 치앙마이-빠이로 갈지, 잠시동안 타운에 머무를지 정하지 못했다. 가져온 책은 한줄도 보지못했다. 이제야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셀렉남. 은 베트남의 퍼와 비슷하다. 바미남이랑 다른점은 아직 모른다. 어쨌든 맛있다. 댓글 와리 : 날씨는 좋은가요? 설마 거기서 하루종일 비 맞고 있는건 아니겠지요. 여기 날씨는 갑자기 좀 더워졌네요. 그리고 일지는 적고 계시겠지요. 나중에 책으로 발간해도 좋겠는데. (2004-09-06 03:51:36) 박제권 : 자네 전화안받드만?

피피. (피피)

박제권
여기는 피피. 세번째지만 이번에도 뷰포인트는 가보지 못했다. 오늘밤엔 까르마에서 불쇼를 보기로.. luke님의 코멘트에 따라 GMT+7로 조정했다. 세상이 어찌돌아가는지 까먹어서, 날짜도 잊고 요일도 잊고 있었다. 방콕에서 여기까지는 세줄짜리 좌석버스를 탔다. 다음번에는 싸구려 에어아시아라도 타야겠다. 제일 좋은 버스라는데, 역시 밤샘 버스는 좀 힘드네. 오늘도 사진은 엄따~. — added 2006.02 — 댓글 hanti : 최근 태국을 다녀온 친구의 홈페이지에서 맛깔나는 여행기를 읽으며 또 여행병이 도지는지 몸이 근질근질해 지는걸 느끼고 있으려니, 훌훌털고 태국으로 날아가 블로그 시간대까지 변경하신 박제권님이 한없이 부럽네요.

까오산 (방콕)

박제권
어쨌든 도착. 정신없는 며칠을 보내고, 이제 잠시뒤면 버스를 타고 푸켓으로 간다. 지금은 덥지 않다. 오늘 새벽에는 감기에 걸리기도 했다. (더운공기를 마시니 10분만에 완쾌) 아직 알바회사에서는 연락이 없다. ㅎㅎ 암튼, 내려가 보자고.. 댓글 warry : 무사히 도착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감기도 다 낳아버리고.. 체질은 체질인가 보네요. 더워서 한시라도 있기 힘들었는데. 망망푸켓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2004-08-30 12:30:10) luke : 어 오래 계실 예정이면 블로그의 타임존을 현지 시각으로 맞추지 그래요? (2004-08-30 12:59:42)

어쨌든 출발 (서울)

박제권
도네이션 프로그램이 순조롭지 않았던 관계로 기대했던 경비는 모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아래쪽에 계좌번호를 올립니다. 뭐, 벼르고 벼른 여행이니, 석달을 채우고 오고싶지만, 어쩌면, 한달만에 오게될 수 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짜둥둥 출발합니다. 방콕으로 들어가서 그 근처에도 가보려 하지만, 어찌될진 모릅니다. 아이포드가 없는 관계로 이번에도 MD에 여러가지를 구웠습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엑스제팬을 들었습니다. TEARS.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만 하나, 당신과 헤어지고서 이제는 지나간 시간에 물어본다. 기나긴 밤에 여행을 꿈꿨어. 이국의 하늘을 바라보며 고독을 가슴에 품고.

인사동

박제권
송별회, 같은 것을 위해 나간다. 간만에 나가본 인사동은 이젠 평일에도 붐빈다. 안씻는다는 중국인들이 무더기로 지나다닌다. 붐비는 것, 쳐다보면서 외국인이 된 것 같았다. 계속 여행을 생각한다. 붐비는 모습을 피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쨌든. ‘줄없는 거문고소리’인가. 그 골목으로 쓰윽 들어간다. ‘줄없는 거문고 소리’ 위층에는 정말로 동화속에 나올 것 같은 찻집이 있다. 어쩌면 ‘센과 치히로’가 있을 법도 하고,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골목 어디쯤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전영혁의 25시 오프닝이 나오기도 하고, 제목을 알 수 없는 기타연주가 흐르기도 한다.

이머전스

박제권
저기 끝에 무엇이 있는지, 혹은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다만 꽤 현학적이다. 미국에서 잘나간 책들에서 자주 본다. 카오스나 복잡계에 대해서 이미 들어본 사람이면 조금 더 읽기 쉬웠을 것이고, 이미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많이 완성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겠다. 철학에서 시작된, 예술가가 시작한, 혹은 수학자가 제시한 어떤 개념 하나가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이것이 사회와 시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지는 경우가 있다. 복잡계나 카오스로 불리던 것이 가지는 진짜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개념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탐햄해보자.

떠나는 준비

박제권
떠나는 준비, 라고 해봐야, 별거 없다. 여행기간은 적어도 한달에서 석달정도로 예상한다. 짐, 은 가볍고 가벼운 옷들과 몇권의 책. 몸에 뿌리는 모기약. MDP, 그리고, 끝. 다른 건 상관없지만, 책과 음악을 고르기가 조금 힘들다. 여행경로는 모른다. 일단 8월26일에 방콕에 들어간다. 푸켓-피피까지는 정해졌고, 푸켓에서 적어도 열흘은 있겠지만, 그 다음엔, 치앙마이가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나올 때는 가급적 앙코르와트를 거쳐서 베트남으로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언제 나올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나오는 항공권이 없으니, 못올지도 모르겠다.

월급의 이유

박제권
“우리는 생각하라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짜라고 월급받는 것이니까”, 라는 나만큼이나 시니컬한 인간을 발견했다. (삐약삐약에서) … 가장 기쁨을 느끼는 것은 입에 꼭 맞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람 손으로 만들어놓은 아기자기한 뭔가를 발견했을 때, 쏙 빠져드는 소설을 읽을 때, 그리고, 여자아이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줄 때. 얀웬리 장군에 따르면, “사람은 다른 사람을 따르는 것이지, 결코 사상이나 이념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다.

철학의 제문제

박제권
코몰에 오랜만에 나갔습니다. 불경기..는 어떤 면에서는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갈수록 짧아지고, 짙어지고, 이뻐지네요. 그냥 덤덤하게 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합니다. 그건 그렇고. 강유원의 공부법(발견한 곳) 을 읽고서 그의 공부법자체가 해봄직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소개된 몇권의 책들이 탐나기도 했더랬습니다. 게다가, 제가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너무 잡다한 것도 같고. 아무런 내용도 모르면서 그저 멋있다고 비트겐슈타인을 읽어보(려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처세술부터 우주과학이나, 심령술까지 이것 저것 많이 읽은 것은 같은데, 도무지 줄거리가 없더라는 겁니다. 철학사 책을 읽는다고 해서, 없던 줄거리가 당장 생겨날리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강유원의 공부법”이란 것이 지금쯤 택해볼만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