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태국여행기

타인의 해방 (푸켓)

박제권
오늘은 다른 날 보다 더 우울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여자는 가면을 쓰면 좋아하고 진심을 보여주면 싫어한다, 고 했었다. 맞는 말이다. 사실은 모든 인간관계는 다 그렇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내서, 거기에 맞게 행동해주면 너무나도 좋아한다. 내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인간에게는 아무도 호감을 주지 않는다. 웃기지 않나? 하루에 한번 식당에 들러서 인사해주는 것이 인정상 당연한 거라고 찾아오는 인간이나, 와도 귀찮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나, 둘다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조심성 (푸켓)

박제권
푸켓에는 가끔 비가온다. 가끔. 그런데, 그 비를 맞으면 안된다는 사람이 있었다. 비에 흠뻑 젖어버려서 상처가 덧나고 곪아서 무척이나 고생했던 기억이 있나보다. 나로써는, 곪았던 기억은 기억이고, 지금 비가 온다면 그 비는 맞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쪽이다. 낭만적인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빠통 해변에서 비를 만났다. 비를 맞고 싶었다. 하지만, 치료중인 발목은 피해가면서 맞았다. 더이상 곪으면 위험하다는 둥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낭만적인체 했지만,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은 사람이다. 어쩌면 그 사람도 아직 곪은 자리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다니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비우기 (푸켓)

박제권
비우라는 말이 무슨 말이었을까. 욕심일까. 그런가보다. 욕심부리지 말라는 말이었나보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욕심때문에 일어나는 마음과 몸의 피곤함을 깨달았으면서도, 결국에 남는 한(恨)을 맛보았으면서도, 그래도 욕심은 계속 일어나고, 또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는 찌꺼기들만 남는다. 욕심이 생기면, 잘 바라봐야한다. 나처럼 소심하고, 삐지기 쉬운 인간은 어쨌든 약한데, 그걸 잊곤 한다. 그나마, 타국에서, 조용히 앉아서 다시는 어리석지 않게 되길 바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사람들은 정말로 힘들게 살아간다. 입에서 쌍시옷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

하루키의 여행법 (푸켓)

박제권
싸가지고 온 책이 아니라, 며칠전에 푸켓에 들르셨던 아는 분의 선물이다.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을 수 밖에 없는 책. 읽는 동안, 만약에 이 책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하루키였다면, 그래도 내가 하루키 팬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나는 이 책에서도 무언가 나와 꼭 들어맞는 것을 찾아내고서, 지금처럼 하루키 소설속의 무대를 아이디로 쓰고 있을 것 같다. 30여 년이나 지난 이야기 - 그렇다.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저길에서 (푸켓)

박제권
저 길에서, 그저껜가.. 술을 먹고 하늘을 쳐다보고, 한참동안이나, 걸어다녔다. 마약을 한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즐기게 되었냐고, 누군가 물어보았다. 기분좋게.. 그렇다고 대답해주었다. 어제는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굉장했다. 길을 걷다가, 벼락맞아 죽는 것 아닌가 싶은 정도로 근처에서 번쩍번쩍 했었다. 마음을 바라보는 일은.. 조금만 잘못하면, 언제라도 큰 시련으로 다가온다. 애(哀). 를 버려라.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인간들은, 자기가 환영받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겁내는 인간들이다. 당연한 자세로 거만떠는 인간들은 죽어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고.. 가만보면, 그런 사람들은, 자기를 향한 불쌍한 시선을 모르는 것 같다.

여기 (푸켓)

박제권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혹은 하찮은 동네. 빠통. 프롬텝. 푸켓의 가장 남쪽. 석양을 보러 갔었다. 프롬텝에서 바라본 “르 메르디앙 요트클럽” . 사실은, 요트클럽의 왼쪽에 있는 조용해보이는 비치에 가고싶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찾기 힘들어서 현지인들이랑, 유럽인들 몇몇밖엔 없었다. 여기는 프롬텝보다는 조용한, 석양이 이쁜 장소. 현지인들을 위한 장소처럼 보였다. 프롬텝쪽을 바라보았다. 절벽이다. 이곳 조용한 뷰포인트에는, 풍차가 있다. 돌고있다. 결국, 오늘의 투어는 푸켓에서도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비치를 찾아가는 것으로 끝났다. 여기는 심지어 150밧짜리 방갈로도 있다.

집은 잘 있나 (푸켓)

박제권
어머님이 아프셨단다. 감기.. 동생은 잘 있는 것 같다. 외투를 입는단다. 목도리는 아직 안하시고, 추워서.. 덥고 싶단다. 어제 삼계탕을 먹었다고 자랑했더니, 남대문에서 30년인가 40년인가 했다는 삼계탕을 그저께 먹었다고 자랑한다. 큰죠이님을 유비에 비유했더니, 귀도 길고, 팔도 길고.. 유비는 괴물이란다. 작가 고우영선생 덕분이다. 오늘 세시에는 아는 분이 메트로폴에서 마사지를 쏘기로 했다. 오늘 일곱시에는 드디어 불위를 걷는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있다. 요즘 이동네에서는 칼이나, 도끼로 피어씽을 하곤 한다. 채식주의자 축제다. 동생은 내일 퇴근하면 곧바로 집에 가야한단다.

바나나 (푸켓)

박제권
아무리해도, 나이트 클럽은 좋아지지 않는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가긴하지만 귀가 아프고, 심장이 쿵쾅거려.. 하지만.. 어쨌든, 빠통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나이트클럽 바나나에 가보았다. 사진은 없다. ㅜㅜ 요사이 사진기를 안들고 다녀서 좋은 사진들이 없다. 나중에 다른 분들 사진기로 찍은 것들을 보내주시면, 그때 올리자. 그저께는 차를 한대 빌려서 공항에서부터 프롬텝까지 서해를 따라서 드라이브 했다. 넓은 바다로 태양이 저무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어젠가.. 빠이가 신호등이 들어선 이후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전기 신호가 사람들을 통제해버리면, 사람들도 옆사람을 통제하고 싶어지나보다.

기쁜 소식 (푸켓)

박제권
엔지니어들 사는 게 다들 그렇지만, 이 친구도 한동안 월급이 안나온다 어쩐다 말이 많았었다. 요즘에는 조금 괜찮아진 걸까. 어쩌면 아직 어려운 상태인 건지도 모르겠다. 돈이 모질라서 이제 그만 들어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섬에 못가본게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쉴만큼 쉬었으니까. 라고. 이런 … 놀고먹는 친구같은 선배에게 기부금을 보내주었다. 어쩐지 아까 낮에 전화해주고 싶더라니. 신기하네. 이봐, 고마워. 잘쓰고, 조금만 더 놀다가 들어가께. 나 여기서 참 행복해. 사실은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지만… 슬슬, 마음을 준비하는 중이야.

까론 비치 (푸켓)

박제권
어제까지는 징하게 비가왔었다. 오늘은 해가 쨍쨍해서 밖에 나가보았다. 300밧이나 하는 돈을 주고 툭툭을 타지는 못하겠고, 일이 있어 해변쪽에 나가시는 분 차를 얻어탔다. 얼마만에 보는 까론 비치인지 모르겠다. 빠통을 지나서, 까론쪽으로 들어가던 길이었다. 푸켓에 들어 온 후로 비치를 제대로 못봤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럼 송혜교랑 비가 자전거를 타던 곳으로 가서 석양이나 보자고 하셨다. 몇몇 서양아이들과 아주머니가 계셨고, 송혜교랑 비가 자전거 타던 곳에서는 태국인 가족들이 피크닉을 나와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람이 없었다. 태국은 행복한 나라다.

조금만 더 (푸켓)

박제권
조금만 더… 조용한 곳에서 혼자있다가 들어가려고 합니다. 십년만에 이런 시간을 가져보고 있습니다. 이제 좀 살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 정도만 사람들을 만나고나면 집에 가야하지만, 혹시나 집에서 항공권값보다 조금만 더 보내준다면, 어느 섬에 들어가서 하루종일을 아무것도 안하기, 한번만 더 해보려고 합니다. 뭐 그동안 꽤… 열심히 일했으니까. 조금만 더 게을러 지는 것, 괜찮겠지요? .. 그건 그렇고… 다들 자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만큼 오랜동안 보이지 않으면, 사실은 잊혀지는 거죠. 온라인으로 만나는 분들은 항상 보고 있으니, 그렇지도 않겠지만.

바램이 있어 (푸켓)

박제권
가사도 이쁘다. 18세 소녀를 위한 가사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어째서 나한테 딱 맞는거지? 태국으로 오기전에 매일 매일 따라부르곤 했었다. 난, 하늘을 올려다 보았어요. ~ Wishes by Le Couple I looked in the sky and there I saw a star shining so bright above. I closed my eyes and wished upon a star that I would find true love. Someone who needed me, someone to share my life. For a love that would be true, I would wait forever.

다시 푸켓타운 (푸켓)

박제권
어제 저녁 여섯시에 버스를 타서 타운에 오늘 오후 한시반에 도착했다. 300밧짜리 여행사버스는 몸을 상당히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싸잖아!!! 둘째 조이님과 로얄푸켓씨티 로비에서 맥주한잔 하고 나왔다. 여기는 썬라이즈. 다음은 버스안에서 끄적 거린것. 10⁄6 화 7:09 PM 버스 (300밧)를 타고 푸켓으로 간다. 여행초기에 남부터미널에 가서 푸켓행 999버스를 예약하던 기억이 난다. 차다님이 전화로 불러준 “빠이 콘쏭 싸이 따이 캅”. 하지만, 나는 내가 쓴 글씨를 잘못읽어서 “빠이 콘쏭 싸이 마이캅” 이라고 읽었다. 운전수는 용케도 남부터미널로 갔다.

카오산 (방콕)

박제권
정글뉴스쪽에 있다. 파쑤멘 요새 근처라 위치가 좋다. 하지만, 뭔가 안땡겨. 내일 왓포를 볼까말까.. 고민하고 있다. 그냥 버스타고 푸켓으로 나가버리는 게 속편할지. 앙코르왓을 한번 봐주는게 좋을지 모르겠다. 앙코르왓. 다음에 가야겠지? 빠이에 뭔가를 두고 온 것 같아. 정말로. 거기에서 힘을 얻고 나온건 맞지만, 바깥세상은 역시 별로야. 자꾸만,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들어갔던 길을 따라서 쭈욱 나가봐야지. 언제나 남자들의 이야기는 똑같아. 지난번 풀문에서 일본애들 두명을 데리고 잤다는 이야기. 외국애들이 어떻다는 이야기. 솔직히 말하면, 부러워.

떠나기 (빠이)

박제권
빠이빠이 일본인 히피 할아버지께 작별인사를 드렸다. 사요나라 토롱상. 이븐 이프 유 돈노, 유 기브미 매니 띵즈. 아리가또. 남아공에서 온 흑인 커플을 만난적이 있는가. 나는 치앙마이에서 만난 적이 있다. 보통은 남아공출신 백인만을 만날수있다. 자신들도 아마 최초일꺼라고 말한다. 어쨌든, 헤어진지 한달만에 빠이에서 다시만났다. 반가왔다. 착한 사람들이고, 미국과 석유전쟁, 이스라엘따위 따위들에 대해서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은 불쌍할 정도로 미국애들이 공격받는 것을 본다. 그게 그애 잘못이냐, 부시일당때문이지. 뭐, 어쨌든 착해보이는 미국젊은이가 욕먹는다.

트래킹 (빠이)

박제권
정글 트래킹을 했다. 힘들었다. 산을 몇개나 넘으면서 하루종일을 걸었지만, 하지만, 다시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하체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상체의 긴장이 풀릴꺼라고 한의사가 말했었는데, 맞는말이었다. 올라가는 길이 힘들어지면, 나도 모르게 어깨와 가슴에 힘을 주게 되었다. 어느순간, “아, 풀자. 산이랑 나무랑 보면서 풀어버리자” 라고 생각하니까, 금방 어깨가 풀렸다.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엘리아저씨 덕분인지도 몰라) 아일랜드에서 온 청년 세명과 한국에서온 웹쪽일 하시는 아가씨한사람, 그리고 나. 다섯명이 팀이었다. 자.. 사진이다. 신발 원래는 이것보다 더 하얀 신발이다.

엘리다스 (빠이)

박제권
굉장히 까무잡잡한 한국인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10년동안 모기를 죽이지 않은 사람을 알걸랑요. 네팔에서 배운거라는데.. 방에 모기가 들어오면 삼일동안 모기에게 나가달라고 부탁을하고, 그래도 안나가면 (모기향이 아닌) 향을 피웁니다. 그리고 나가달라고하면 나간다고 하걸랑요. 모기에게 섬세한 그 사람은 사람에게는 얼마나 착할 것인가. 감동적인 이야기다. 담배를 끊으면 모든게 맛있다. 터프한 아가씨와 쌀국수를 사먹고 나서 “바나나튀김”을 발견했다. 먹었다. .. 너무 맛있다. 언젠가 인사동에서 먹었던 꿀밤과 비슷하게 맛있다. 달면서 뭉클한다. 뭉클 달콤 시큼. 아 맛있다.

건진 사진 (빠이)

박제권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다. 사진 참 잘찍었다. 보야님의 선물. 잘 쓰고있습니다~ 수지님이다. 신발.. 시장. 댓글 수지 : 우와 건진사진중 제 튼튼한 몸매가 있다니.. 영광이라고 해야할지.. 다리는 정말 튼실하구만여 멋진사진입니다 다녀와서 주실거져? (2004-09-26 13:52:17)

찡쪽 대소동 (빠이)

박제권
자.. 이것은 찡쪽 대소동. 사진을 올리다가, 너무 많은 사진을 한페이지에 싣는 것 같아 분리한다. 옆방에 들었던 물리치료사 아가씨가 찡쪽을 무지하게 무서워한다. 헌데 꼭 그방에만 찡쪽들이 모여산다. 찡쪽을 발견한 아가씨를 위해서 용감하게 … 주인아저씨를 불러왔다. 천정의 찡쪽 빗자루 기술 쓸기 기술 파다닥 드디어 등장한 전기 충격기 전기 충격기의 사용장면은 너무 잔인해서 찍지않았다. 이건 결과물이다. 일종의 찡쪽삥(도마뱀구이)가 되었다.

사진들 (빠이)

박제권
자 오랜만에 사진을 올려보자. 꼬치, 망고스틴, 람부탄. 지금은 망고스틴 까는 법을 배워서, 잘깐다. 지금 쓰는 방. 럭셔리하다. 방의 앞. 역시 럭셔리하다. 아저씨가 주신 정체불명의 음료수 다시 아보다야 간만에 럭셔리 디너. 챨리님 만세 수지님이 남편 챨리님을 찍고 있다. 수지님과 온천에 갔다. 하지만, 접근할 수 는 없다. 챨리님이 있다. 이 사진은 분명 수지님의 허락을 득하고 찍은 것. 결코… 몰카가 아니다. 온천.. 50밧이다. 온천. 좋다. 온천 가는 길에 보이는 빠이다. 이것은 재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