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금연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전에 2년동안 끊었었다. 하지만, 연초에 다시 피우기 시작했고, 지금 빠이에서 다시 끊어본다. 만 이틀째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전에도 말했지만, 금연초기에는 항상 설사와 졸음이 따라온다. 설사는 금방 그쳤는데, 졸음은 그치지 않는다. 특히 한낮에 굉장히 졸린 상태가 계속되곤 한다. 어쨌든 한숨 자고 나면 괜찮다. 게다가 여기서는 낮에 원래 졸립다.
목표설정을 잘못했거나, 너무 조급했거나
담배를, 잘못된 목표나, 혹은 너무나 조급했음의 상징으로 여기기로 했다.
사실 가장 큰 적은 조급함이었을 수 도 있어.
스피노자에 의하면 “자유롭다”는 것은 자기 본래의 법칙을 행하는 것이라 한다. 즉, 외부로부터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을 말한다. 타자에게 영향을 받고 그것이 운동의 원인이 되는 자는 “자유롭지 못”하다.
로크까지 왔다. 기억나나? 로크? 인식론. 그럴싸 하다.
오늘 아침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빠이는 천국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는 사람들이 모두 떠난 빠이는 그렇지 않다.
라고 끄적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천국이다. 그냥 길을 서성이다가, 사람들을 보고, 나를 보려고 노력한다. 종로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블로그는 18금인가? 다들 그런다. 미불이요, 18금이라고. 좀 솔직하긴 하지만, 야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대로 볼만하다, 고 생각한다. 어쨌든, 야설은 없다. 다만, 야설을 많이 읽고 비뚤어진 인간은 있다. 아… 요즘은 안본다.
바람, 욕심
뭐든지 집착하면 얻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이것이 힘들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정들고, 헤어지기 힘들어지고, 그래서 사귀고.. 뭐.. 그런게 일반적인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여자가 너무 이뻐서 홀딱 반해서 한참을 쫓아다닌 끝에 작업 성공. 이라는 케이스도 있다. 어쩌면 이쪽이 더 일반적인 스토리인지도 모르겠다.
옆방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국친구가 떠났다. 이 친구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점숙선생님을 알고있었다. 세명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다. 태국에서까지. 어쨌든, 열시에 57밧짜리 못생긴 버스를 타고서 메홍손으로 떠나버렸다. 또, 혼자다. 약간 친해졌던, 귀여운 일본 아가씨도 오늘 떠난단다. 또, 혼자다.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서 있으려고 여기까지 찾아와놓고서, 사람을 사귀고, 힘들어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했는데 말이지.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하는 문장을 홉스인지, 누군지가 말했다는 대목을 읽고 나왔다. 어쨌든, 간단하지 않아.
수첩에 있던 녀석들을 옮겨적는 것은 오늘로 끝. 이제부터는 싱크가 맞는거쥐.
9월 20일
머리를 다쳤다. 혹시나 이것때문에 내가 죽는다면 말야.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이라고 주접을 떨었다. 뭐라고 끄적이긴 했지만. 옮기기는 민망하다. 피가 나왔으니, 괜찮을 꺼라고 다칠때 함께있던 한국인 물리치료사 아가씨가 말해주었다. 세시간정도 푹 자고 나니,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었다.
에.. 저녁때.. 챨리님 팀이 다시 오셨다. 열쇠를 가져가는 바람에 다시 오신 거린다. 이런 쉽게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마음이 다시 흐트려져 버렸다.
9월13일
오늘 저녁은 궁상을 떨어본다.
맨밥(카오빠우) 5밧 마마컵라면 12밧 돼지꼬치두개 10밧. 합이 27밧. 900원? 그리고, 쌩솜을 샀다. 70밧.
쌩쏨은 괜히 샀다. 외롭다. 아주 많이.
친절하고 항상 웃는 사람들의 속에는 귀찮다, 는 감정도 있을 수 밖에 없다. 오밧짜리 맨밥을 파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십오밧짜리 볶음밥을 파는 사람에 비해 귀찮음이 강할 수 있다. 사실 십밧짜리 커리덮밥을 파는 아줌마가 제일 친절했다.
당신들도 나도 살아가고 있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잘 살아가라는 웃음이다. 고마운 미소들이다.
9월 13일 열두시
빠이에서 길을 걷다가 하늘을 보거나, 외곽에 게스트하우스를 구경하던 길에 빠이쪽을 쳐다보았을 때, 숨이멎고 미칠 것만 같았다.
쟝그리니에가 알제리의 풍경을 보고 끄적거렸던 그 느낌일까. (섬.. 인가?)
십년전에 최초의 게스트하우스였던 리버롯지의 생머리 아저씨는 여기가 그저 메홍쏜으로 가는 경유지일 뿐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무나 보면 인사한다.
오토바이타고 지나가던 할아버지도 눈만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준다. 내가 먼저 보낸 웃음보다 훨씬 환하게.
마을 사람들 모두가 밤마다 모여서 자아비판이라도 하는 걸까. ‘아 동무는 어째 아까 웃지 않았소?
9월 10일 (치앙마이)
아침이다.
사람을 대할 때 편하게 웃지 못하고, 눈가를 찡그리거나 어깨에 힘을 주는것. 긴장하기 때문이다.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할까봐? 내가 무슨 실수를 할까봐? 내 소중한 무엇이 상처받을 까봐? 무엇 때문이지? 단지 타인이기 때문일까?
와로롯 시장을 헤맸다. 아침부터 온천에 가려고 했지만, 결국 쌈깡펜이란 마을까지만 가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말이 통해야 뭘 해먹든가 하지.
하지만, 안통하는 영어로 길을 가르쳐주던 여고생은 정말 이뻤다. 수줍어 하는 모습도 그랬고.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옮겨적는 중이다. 이때까지는 아직 푸켓이었고, 치앙마이로 올라오는 길에도 뭔가를 끄적거렸다.
반타이 리조트, 다른 사람 자는 데 껴서잤다.
어제 단체로 푸켓에 들어오던 대만인지, 홍콩인지, 한국인지 모를 신혼부부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는가? 건너편의 방들은 모두 모두 커튼을 쳐놓으셨네 그랴.
머릿속에 건너편의 방들에서 각각 열심히 뭔가를 했을 꺼란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우리는 그런대로 종족보존에 성공하고 있는 거야. 잘하고있어. 친구들!
9월7일 10시
내일 떠나기로. 찰리님을 못보지만, 어쩔 수 없다.
아… 정리하려니까 길다.
사진 좀 올려보자.
파타야.
파타야에서 돌아오던 길. 암튼, 땅이 무쟈게 넓어요. 대강 씨뿌리면 뭔가 자라고 말이지.
방콕
여긴 태국의 파출소. 그냥 사진쫌 찍어봤다고..
방콕에서 단군아저씨와 “짐 톰슨 하우스 앞 간판에서 번개”를 하기로 했었다. 우여곡절끝에 만났다. 만났어.
사진은 씨얌에 있는 쏨땀집. 쏨땀맛은 역시 푸켓타운 란짠펜이 제일 좋았어. 고기 파는 집에서 만든 쏨땀이 최곤것 같아.
단군아저씨, 난 아직 빠이에 있어요.
피피
피피 들어가는 배에서.
8월 27일에 끄적 거린 것.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걱정하기” 습관인 것 같아. 어깨를 움츠리거나, 웃을 때 찡그리는 것도… 근데, 뭐가 그렇게 걱정일까.
걱정한다는 건 두려워 한다는 것. 왜? 약하니까,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두려운 것이다.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약한 것은 허상이 아닐까. 자기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상이 아닐까.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허상이겠다. 실상은 그 어느쪽도 아니다. 그냥 있을 뿐이다. 거기에 어떤 색깔을 입히게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그러나, 거기까지 가고 나서도 여전히 만약 색깔을 입히지 않은 그대로의 세상을 제대로 보게된다면, 그럼 두려워지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파타야 우드랜드 호텔.
파타야 근처에서 코끼리 타기를 해보았다.
누군가 코끼리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전에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뭐, 타보니까 괜찮드만. 불쌍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짜식. 이러고 사는 거다.
진리의 성전
진리의 성전이다. 이름은 골때린다. 꼭 사이비 종교단체 같다. 사실은 돈많이 번 어느 사업가가, 모든 종교의 상징을 한군데 모아서 뭔가 그럴싸한 것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가볼만 하다.
상징적인 것. 탑이나 불상을 모시게되면 그 근처에는 자연스럽게 기운이 생기게 된다.
어제 몽땅 올리려고 했는데, 중간에 파워가 나갔다. 이 피씨방에는 귀여운 유피에스가 있는데, 그놈, 계속 삐이삐이거렸다. 무시하고 글을 써나가니 중간에 퍽, 나가버렸다.
전기.. 자주 나간다. 걸핏하면 나간다. 너무 좋아..~~
8.27 > 지칠 때까지 나이트클럽에서 놀았다. 맥주한병 사주면 될꺼라던 여자애가 “나좋아?” 라고 한국말을 했다. 당근이지 “너 이뻐” 라고 해줬다. 뭐, 그렇게 이쁘거나 그렇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의란게 있잖아. > > 근데, 그게 오늘 자신의 밤영업에 손님이 되어주겠냐는 뜻이었다. > > 그걸 알고 나서 “엇.
이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좀 힘들었습니다. 워낙 술마시는 것과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나는 저로써는 말이죠. 어쨌든,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서, 수첩에 지금까지 끄적거려놓은 것을 올립니다.
8.26
장스포츠랑 이글크릭을 비교해 보았다. 확실히 배낭전문 메이커가 만든 것이라 좀 무거워도 등과 어깨가 편했다. 이글크릭으로 결정.
10시에 집을 나왔다. 회현동 우리은행으로 가서 바트화환전을 하기로 했다. 어제 분명히 “내여자니까”를 MD에 녹음했는데, 실수로 지워버렸나봐.
정말 아무일도 안합니다. 트래킹도 안하고, 온천도 안가고, 목에 고리를 차고있는 카렌도 안보고, 그냥 인나서 밥먹고 책보고 요가하다가 잡니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그건 빠이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냥 우리나라 시골하고 비슷합니다. 사실 태국 북부는 많은 점에서 우리나라 이삼십년 전하고 비슷합니다. 나중에 사진이 다 올라가면 좀더 많은 얘기를 쓰겠습니다. 저쪽 피씨방에 사진들이 있는데, 거시기.. 오늘은 아스팔트 공사를 한다고 전기가 안들어온다네요. 근데, 아스팔트를 까는데, 왜 그쪽 블럭이 전기가 나가는 겁니까? 왜?
오늘쯤에는 여행기스러운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일단 미루고 그냥 있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할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다.
5일째인가? 한국말을 쓰지 못했다. 끄적거릴때나 속으로 뭔가를 생각할때만 우리말을 쓴다. 때로는 혼잣말을 하면서 어떤 단어들은 영어로 중얼거린다. 웃긴다, 단 5일만에.
치앙마이에서 여기오는 버스에서는 운전수랑 나를 제외한 나머지 열명은 서양애들이었다. 이제는 걔들이 하는 것 처럼 길에서 마주칠 때 웃어주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사람이 지나가면 저절로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게된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순가. 대강 살자.
빠이로 가버리자. 더이상 누구를 만난다거나 하는 것에 연연하다간 혼자만의 여행은 영영 물건너 가버리겠다.
내일 오전버스를 끊었다. 장장 이틀이나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면서 가보자. 빠이에 도착해서 마음이 잠잠해지면 다시 접속하리다.
댓글
빨강머리앤 : 빠이로 갔어? 푸켓엔 더이상 있지 않는군..^^ 나는 오사카로 결정했어..오빠보러 갈까했는데.. 집에 와서야 보겠네..10월엔 오려나? (2004-09-07 22:15:34)
소녀 : -.-;;; 기껏 쓴글이 날아갔군요 오늘 빠이로 떠나신겝니까 지금쯤 버스 아니면 기차안에 계시겠군요 차조심 길조심 모기조심하시구요 바뜨 여자는 않조심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두분다 나가시면 집은 누가 지키나요?
8일에 찰리아저씨가 오신다해서 잠시만 더 있기로 했다.
17000밧남았다. 25밧짜리 볶음밥과 150밧짜리 방에서 지내고 있으니 80일을 더 살수있다. 하지만 빠이까지 버스-기차로 가면 1000밧정도, 비행기는 3000밧정도 들것같다. 어딘가에 들어있던 87달러를 환전하면 교통비로 쓸 수 있겠다. 결국 빠이에서 80일넘게 지낼수있다. (1밧은 30원정도?)
들어오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는데.. 썬라이즈 직원으로 보이는 갑다. 까짓, 여기서 HTML 코딩하면서 살아도 괜찮긴 하겠지만…
빠이에 한번 들어가면 아마 나오지 않을 꺼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23일에 스프가 올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만날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빠이에 들어간 다음에 그 후 일정을 정하자.
피피에서 뷰포인트는 이번에도 실패. 너무 높아보였다. 까르마의 불쑈는 찍었다. 동영상으로.
곧바로 치앙마이-빠이로 갈지, 잠시동안 타운에 머무를지 정하지 못했다. 가져온 책은 한줄도 보지못했다.
이제야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셀렉남. 은 베트남의 퍼와 비슷하다. 바미남이랑 다른점은 아직 모른다. 어쨌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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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리 : 날씨는 좋은가요? 설마 거기서 하루종일 비 맞고 있는건 아니겠지요. 여기 날씨는 갑자기 좀 더워졌네요. 그리고 일지는 적고 계시겠지요. 나중에 책으로 발간해도 좋겠는데. (2004-09-06 03:51:36)
박제권 : 자네 전화안받드만?
여기는 피피. 세번째지만 이번에도 뷰포인트는 가보지 못했다. 오늘밤엔 까르마에서 불쇼를 보기로..
luke님의 코멘트에 따라 GMT+7로 조정했다. 세상이 어찌돌아가는지 까먹어서, 날짜도 잊고 요일도 잊고 있었다. 방콕에서 여기까지는 세줄짜리 좌석버스를 탔다. 다음번에는 싸구려 에어아시아라도 타야겠다. 제일 좋은 버스라는데, 역시 밤샘 버스는 좀 힘드네.
오늘도 사진은 엄따~.
— added 2006.02 —
댓글
hanti : 최근 태국을 다녀온 친구의 홈페이지에서 맛깔나는 여행기를 읽으며 또 여행병이 도지는지 몸이 근질근질해 지는걸 느끼고 있으려니, 훌훌털고 태국으로 날아가 블로그 시간대까지 변경하신 박제권님이 한없이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