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
남들은 또 푸켓이냐고 하는데,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긴 드는데, 그래도, 여기가 아늑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집사람을 만났고, 여기서 혼자서 떠돌기도 했고, 또, 이곳에는 집사람의 친구들과 우리가 함께 만든 친구들이 있다. 우짜둥둥. 신혼여행의 두번째 일주일은 푸켓으로 정했다.
콘 팔랑(서양인)도 비행기에서 푸켓의 바다를 찍는다.
결혼축하합니다. 라고 쓰여있는 케잌이다. 집사람의 오랜 친구들이 제과점 아저씨한테 한글을 가르쳐주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뭔가를 한참 먹고 후식으로 나온 과일인데, 친구들이, 과일 먹는 순서를 알려준다. 맛이 강하지 않은 것부터 차례로 먹어야 한단다.
아직 치앙마이다. 오늘 우리는 쇼핑을 하기로 했다.
치앙마이에서 싸게 각종 나무 장식과 도자기를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가봐야 할 곳은 “반타와이”
버스를 타고서 간다. 가슴에는 “아스트로 보이 아톰” 이라고 적혀 있다. 우주소년 아톰!
반 타와이의 상점들 사이에서, 고양이를 발견했다. 하루키생각이 나서 열심히 찍어댔지만, 자꾸 내 다리에 기대는 바람에 이게 제일 이쁜사진이 되어버렸다. 귀여운 놈이었다.
반 타와이의 식당에 있는 수저통.
반 타와이의 그림집.
왼쪽으로 가라는 하늘의 기호?
이런 이쁜 것들이 많이 있는 동네다.
메기스플레이스의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뭐좀 팔아드릴라고, 봉고차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사진 찍을 만한 곳으로 갑시다.”
도이수텝. 태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에 있는 사원. 이거 지을라고 옛날에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다. 저기서 보면 치앙마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뭐 그냥 그렇다.
도이스텝의 꽃. 저 꽃사이에 하얀 나비가 앉아있었고, 집사람은 나비와 꽃을 찍는 중이다. 슬라이드필름에 담긴 나비를 나중에 보여드리고 싶다.
빠이에 있던 사원도 그랬는데, 사원 입구의 계단은 “나가”가 지켜준다. 지금은 공사중. 다음에 들르시면 더 이뻐져있겠다.
지난 8월 27일 나도 그 허니문여행이란 것을 해보았다.
방콕에서는 1박만 하고 치앙마이와 푸켓에서 일주일씩 보냈다. 신혼여행치고는 꽤 길게 뽑았다. 사진만 올려본다.
에어아시아. 싸다. 15일 전에 예약하면 더 싸다.
가죽의자처럼 보이지만, 레자였던 것 같아. 티켓에 좌석번호가 안쓰여 있길래 물어봤더니, 아무데나 앉으란다.
저거이 보딩패스다. 원가절감하자는 거겠지?
창밖으로는 구름이 보이고, 노트북으로는 빨간돼지가 보인다. 노트북은 델 X1. 가벼운 모델이다. 하지만, 영화한편을 다 보고 나면 빳데리는 제로.
치앙마이로 내려가는 비행기.
첫 숙소는 메기스플레이스. 공항에서 삼십분정도 숲속을 달려야 한다.
어제 수술을 했다.
어깨의 날개죽지 바로 아래에 자그마한 혹이 나 있었다. 일년은 된 것 같은데 별로 아프지도 않고 해서 그냥 두었다가, 자꾸만 자라길래 결혼전에 병원에 갔었다. 병명은 “지방종”. 지식인에서 알게된 정보가 정확했다. 지식인으로 얻은 다른 정보들은
아주 쉬운 수술에 속한다. 20분정도면 충분. 째면 저절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서울대학병원에서는 주사약으로 없애주기도 한다.
회사 근처에 있는 광혜병원을 찾았다. 주변인들의 조언에 따르면 광혜병원이 꽤 잘한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결과 조성민이 수술하기도 했던 병원이었다.
태국전역에서 볼 수 있던, 야리꾸리한 조각상들, 커다란 부처님상, 따뜻해보이던 나무 의자따위따위. “이거 어디서 샀어?” 라고 물어보면, 다들 “치앙마이”, 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곳에 갔었다. 태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장농” 을 살 수 있는 곳인데, 안타깝게도 장농은 들고오기 힘들었다. 손바닥만한 신혼방이라 놓을 만한 장소도 없다. 역시 안타깝다.
여기는 타페게이트 안쪽의 피씨방. 종업원 언니는 아무리 봐도 오빠로 보인다. 낮에는 “게이를 위한 태국어” 라는 책을 보았다. 비닐에 쌓여있어서 내용은 볼 수 없었는데, 도대체. 그 책에는 무슨 문장들이 쓰여있었을까.
3일동안 눈이 녹색으로 물들어버린 것 같다. 숙소 베란다에서 보면 이런 풍경.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모습이 이쁜, 동화속의 집같은 곳이었다. 거미도 있고, 모기도 있는 동화였다. 동화속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치앙마이에서 살아보는게 어때? 하고 말했었다. 좋겠다.
아래 사진은 태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에 지어놓은 왕족의 여름별장. 61년에 지었고, 62년에 덴마크 왕이 와서 묵고 같다고 한다. 이쁘드만. 집사람은 너무 이쁜게 싫은 것 처럼 보였다.
지금은 치앙마이. 예약한 숙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를 뒤져보는 중이다.
서른 다섯. 모든 것이 나와는 상관없고, 또 그 모든 것이 이미 끝나기라도 한 듯, 혼자서만 돌아다니던 때에, 그 사람을 만났다. 불타올랐고, 뜨거워 했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인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그 사람의 곁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이땅으로 왔다. 이제 내일모레면 많은 사람앞에서, 그 사람과 함께 살겠다고 약속한다.
어릴 때부터 쭈욱 그래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작년부터는 내 모습의 변화가 너무 심해서 나조차 얼떨떨하다. 이제 더욱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 같다.
인연에 대해 포스팅을 하다가 그만둬버렸다. 3개국을 아우르는 인연이라 그럴싸할 듯했지만, 글빨이 오르질 않는다. 뭐, 내 글빨이 거기서 거기겠지만 암튼.
윤석철교수님이 새책을 내셨다. 알고보니 매니아들이 꽤있다. 명쾌했던 “경영학의 진리체계”만큼이나 좋은 책일 것이다.
강금실전장관이 요즈음 “전생관련 다큐멘타리”를 즐겨본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주제다.
어떤 인연으로 우리는 만나는가. 천리안이 열리면 삼생이 보인다던데, 내가 만난 인연들이 과거에는 어떠한 인연이었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인연에 대해서 잘 알고 싶다면 “스트로볼로스의 마법사” 같은 책이 좋다. 천년전부터 도반으로 전생을 거듭하는 인연이 소개되어있었다.
“우에하수 노 이수”. “웨하스 의자”란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사각형의 부서지기 쉬운 과자, 웨하스로 만든 의자.
나는 책 표지를 만드는 사람이 택하지 않은 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짐승. 나는 짐승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어둡고 조용한 국수집 방에서.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서로 다르고, 고독한. 그런데 대체 뭐라고, 사회 따위의 환상을 만들어냈을까. 애인과 대학원생은 아직도 벌레 먹는 식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228쪽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상력이다.
“마리, 소방수 두 명이 작은 불을 끄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해봐. 그들은 불을 끈 뒤 숲에서 나와 시냇가로 갔어. 한 사람의 얼굴은 온통 검댕투성이였고, 다른 사람의 얼굴은 깨끗했어. 당신에게 물을게. 둘 중 어느 쪽이 얼굴을 씻으려고 할까? ““바보같은 질문이네요. 당연히 얼굴에 검댕이 묻은 사람이겠죠.”
“아니야. 그 사람은 상대방을 보고 자기도 깨끗할 거라고 생각해. 반대로 얼굴이 깨끗한 사람은 동료의 얼굴에 잔뜩 묻은 검댕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리겠지. ‘내 얼굴도 지저분하겠구나. 얼굴을 좀 씻어야겠다.
어릴 때 부터 비과학적인 (아직 과학자들이 검증하지 못한) 영역에 언제나 관심이 있었다. 마음으로 움직이는 컴퓨터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나는 (지금은 쓰지않는) 플로피 디스크를 쓰던 시절에 몇번이나, 데이터에러가 나는 디스크를 넣고서는 명상에 잠긴적이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였다.
“읽혀져라, 읽혀져라, 읽혀져라”
이렇게 내가 실시했던 간이 실험들에 따르면, 데이터 읽기의 성공과 실패에는 마음의 안정한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마음의 안정도’라는 것이 측정하기 힘든 변수인지라. 논문을 쓰기에는 부적합했다.
믿기지 않는다면, 망가진 휴대폰, 에러가 나는 CD 따위를 들고서 당신도 해보기 바란다.
지난주에 24시간 연속코딩과 30시간 연속코딩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해보니, 그런대로 할만했다. 하지만, 어제 오늘 그 결과가 나타났다.
출장 지시를 받는 순간부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오늘 짐을 꾸리는데, 손톱이 보라색으로 물드는 것을 발견했다. 약간 저리면서 손가락에 피가 안통하는 것이 색상으로 드러나고, 이제 좀 있으면 자다가 감각이 없어서 깨나는 증상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쉬는 것. 별수없이 주말까지 푹 쉬기로 했다. 다들 죽기직전의 스트레스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푸켓 선라이즈 사장님을 인사동에서 뵈었다. 이번에 나가면 어느 호텔에서 지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푸켓의 어느 호텔도 이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밧이 넘는 무슨 요트클럽이나, 메리어트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호텔이 그게 그거지. 차라리 코란따에 게스트하우스가 더 좋을지도.
“살인자의 건강법”이 사라졌다. 동생방에 있던 “당신의 주말은 몇개인가” 도 사라졌다. 어디있는 걸까. 이렇게 눈에 띄지 않고 사라진 책은 또 몇권일까. 까짓, 누군가가 잘 읽었으면 그거로 오케이다.
일하는 동안에는 책을 많이본다. 정신없이 봤다.
바람의 열두방향 (어랏,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다.
지난 주 일요일부터 담배를 안피우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번 일주일 동안은 뭘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2년 동안이나 끊었던 담밴데 다시 끊는게 뭐 힘들겠나. 하지만, 일곱번정도 끊고 나서야 일주일금연에 성공했다. 정말로 끊고싶다면, 한두번 시도하고 실망하지 말자.
금연의 효용은,
머리가 항상 띵하다는 점 - 맑은 건지 흐린 건지 구분하기 힘들다, 항상 맑은 듯하다.
저녁이 되면 정상적으로 졸립다는 것 - 점심에도 가끔 졸립다.
뭘 먹어도 맛있다는 점. 아침이면 건강이 느껴진다는 점.
토요일 아침이면 박미선과 송은이 그리고, 양희은 아주머니가 태국으로, 싱가폴로 여행을 떠난다. 처음 그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치앙마이 시장과 매미를 먹는 양희은.
양희은은, 집에 스테레오도 안되는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하나 밖에 없었다고 들었다. 집안 살림을 모두 책임지고서 살아왔다던가.
그 양희은이 싱가폴의 클락키를 바라보면서 스스럼없이 “너무 오랫동안 ‘아침이슬’에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클락키는 거닐기에 그런대로 괜찮았었다. 늘어서 있던 바에서 흘러나오는 생음악도 흥겨웠고. 어쨌든.
중학생때 백구를 들으면서 한참동안이나 노래의 슬픔에 젖어있었다.
출장이라니. 미국도, 호주도, 중국도 아닌, “구미” 출장.
경상도에 있는 “구미” 다.
노트북같은 걸 들고 사업장에 들어가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서 아예 아무것도 안들고 갔다. 따라서 사업장에서는 일하지 않았다. 대신 밤에 여관방에서 새벽 다섯시까지 디버깅을 했다. 회사 컴퓨터에 원격접속해서.
서울 사무실에서는 떠오르지 않던 기발한 테크닉이 지방 여관방의 새벽 다섯시에는 떠올랐다. 30초 걸리던 것을 2초로 줄이기 성공. 기뻤다. 하지만, 그래도, 구미라니.
지방 출장은 참으로 짜증났지만 단 한가지. “공기”는 여기보다 맑았다.
회사에서는 다음주부터 7월말까지 구미에서 작업해주길 바라고 있다.
호주를 여행중인 분께서, 디져리두(Didgeridoo)라는 악기의 연주음악을 올려주셨다. 들어보자. 요기 눈을 감고, 허리를 펴고, 그리고, 들어보자.
거기서 발견한 또다른 블로그에는 “포카라“의 사진이 있었다. 사람들이 떨어지는, 저기 저 호수가 당신이 말하던 그 호수인 것 같다. (페와호수?)저 호수 뒤쪽이 “사랑코트” 겠지?
지난번 여행중에 하도 많이 들어서, 포카라에는 꼭 가본 것만 같다.
댓글
눈떠봐 : 이상하게 놀러와 보고 싶더니만…^^ 이런 감동이벤트가 준비되어있을줄이야…ㅋㅋ 암튼 덕분에 존시간 보네여~ 조만간 다시 가보아야할텐데… 근데..오늘은 정신없이 일한다하지않으셨던가~요^^ (2005-06-14 12:04:26)
중국인 - 이라고 하면 왠지 ‘1973년의 핀볼’에 나오는 제이가 떠오른다. 어쨌든, 중국인 - 엔지니어들을 위한 리눅스 스마트 폰 개발툴에 대한 강의를 끝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을 강의하는 건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말도 아니고. 하지만, 어쨌든, 강의는 잘 끝났고, 중국인들께서도 나름 만족하신 듯 하다.
매일 오후 한시부터 다섯시까지 강의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함께 먹으러 가곤 했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이렇게까지 하루종일 영어로 떠들 일은 없었다. 집에서 동생이랑 얘기하는 동안에도 가끔 영어가 튀어나오곤 했다.
중국인들에게 강의를 시작했다. 시작은 좋은 것 같다.
내 이름(朴濟權)은 나랏말씀이 중국과 다르지 않았다면, “삐여 치 쿠언~” 으로 읽어야 했다.
수강생들은, 서울이 베이징보다 공기가 맑다고 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베이징은 여기보다 훨씬 공해가 심한가봐.
인도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적고, 다들 지하철이나 자가용을 타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우리는 특정지점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그 동네를 걸어다닌다고 했다. 홍대나 명동에 데리고 나가볼까.
차들 대부분이 한국제네, 라고 했다. 우리에게 외제차라는 것은 아주 비싼차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