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머리 속 조언자의 의견을 따랐다. 그가 그만하라고 하면 나도 하기 싫어졌고, 그가 하라고 하면 나도 하고 싶어졌었다. 회사를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언제나 그렇게 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반드시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내 기분이 우선이었다. 언제나.
소크라테스처럼, 보이지 않는 조언자를 따라서 행동하고 있다고 뻥을 쳤지만, 사실은 기분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이쁜 행동이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경우에 따라, 타인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해야만 하는 경우에도) 이야기도 된다. 별다른 합리적 근거가 없다면,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잠시만 여기 있다가. 비자런을 하러 캄보디아나 말레이지아에 갔다와야겠다. 그리고, 다시 싼 항공권을 기다려야지.
곪아서 수술했던 발목은 오늘 아침에 보니 완전히 나았다. 이쁘게 흉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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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그리는 상에 딱맞게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다. 블로그에 코멘트하나 달리는 것도 길이를 조절해두었다. 이상한 것에 집착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것 하나에도 내가 그리는 상이 있다.
뭐, 그런 종류의 사소한 것들에도 집착하곤 한다. 마음에 안들면 괴로와 한다. 그래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가끔, 저 인간이 이번엔 뭐가 맘에 안들어서 저러나 하고 갸웃거릴 때가 있다.
여기는 다시 푸켓, 메모리를 읽을 수 있어. 그간 찍은 사진들 올린다.
차 게스트하우스, 끄라비. 주인아저씨가 착하다. 직원들도 착하다. 장기로도 지낼만하다. (쪽방 120밧)
코란따로 가는 선착장이었다. 바다로 나간 길위에 이런 것이 있었다. 주유기 삼형제.
그중 맏형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물었다. 너희는 배에다.. 주유하는 녀석들이냐? … 대답은 없었다.
배의 의자다. 나무다. 흔들린다. 어쩌면 삼년쯤뒤에는 썩어있을지도..
세계에서 몰려온 여러 국적의 인간들이 타고 있다. 좋다. 그 독일 아가씨들은 어디에 묵는 걸까.
접안시설이 안되어있는 섬에서 나오려면 이렇게 작은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
아직도 사진은 못올렸지만, 내일 떠나기로 했다.
다 좋은디, 싸고, 사람들 좋고, 바다 이쁘고, 하늘도 이쁘고, 근디… 외롭다. 너무 많이 외롭다.
빠이랑 비슷한 분위기이긴 한데, 배낭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기 보다는 서양에서 온 온갖 국적의 커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싸니까.. 젊은 커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겠지?
수영하고, 밥먹고, 뽀뽀하고. 술마시고.
방금도 어떤 커플이 나혼자 밥먹는 앞에서 한시간은 뽀뽀를 한 것 같다. 음.. 그리구.. 방으루.. 들어가드라구.. 짜슥들.. ㅜㅜ
염장도 이런 염장이 없어요.
사랑을 나누기에 정말 좋은 곳.
푸켓에 있을 때, 호기심에 찾아보았었다. 폴 니츠가 1950년에 작성하고, 이후 냉전시대에 전략교과서로 쓰였다는 문서 “NSC-68”. 이 정도는 되어야, 분석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써온 “사업계획서” 라던가, “업무분석 보고” 따위는 이 문서에 비하면 새발의 피 정도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거나 말거나 일단 일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겠다.
또 다른 호기심이 생겼었다.
There are three kinds of people, those who can count and those who can’t.
라는 문장을 어딘가에서 보았는데, 한번 보고나니까, 계속 눈에 띄였다.
어제 옆자리에 있던 일본인 청년이 오늘 내가 묵는 숙소의 레스토랑에 앉아있었다.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걸어보았다.
이름은 오노에 다이스께, 별명은 류!.. 그.. 무라카미 류랑 같은 류, 다. 한자로는 용이라고 쓸껄? 말을 걸고, 이것 저것 이야기하는데, 브라질리언 탬버린이라는 판테이로를 꺼내서 잠깐동안 연주를 해준다. 헉. 너무 잘하잖아. 멋져. 예술이다.
혹시 엑스재팬을 아는가. TEARS에서 “이고꾸노 소라(이국의 하늘)” 분을 불러주었더니, 중학교때 밴드에서 드럼을 했고, 엑스를 꼬피했었다고 말했다. 헉. 아티스트다. 함께, 구레나이를 잠깐 불러보았다. 옆자리의 서양애들이 쳐다봤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라이레에 다녀왔다. 이뻤을 것 같다 옛날에는. 지금은 공사중인 곳이 많고, 호텔들은 너무 비싸고. 게스트하우스도 비싸다. 후미진 곳에 몇개 있긴 했지만, 별로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것들은 어제 오늘 찍은 사진들.
떠나기 전날이던가, 푸켓타운에 비가 억수로 왔었다.
버스를 타고서 타운을 떠나 코팡안으로 출발. 하지만, 중간에 이 버스에서 내려서 끄라비로 왔다.
여기는 끄라비 타운의 선착장. 물냄새가 나고, 밤이건 낮이건 몇명의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한밤중에 여기 앉아서 물냄새를 즐기고 있었다.
쓸데없는 인간이, 내 여자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길래 한참을 싸우는 꿈을 꾸고 깨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잠을 청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꿈을 꾸었다.
끄라비 타운을 걸어가는데 발뒤꿈치를 얼룩덜룩한 뱀이 콱물었다. 겁도 나고, 귀찮기도 해서 빨리 떼어버리려 했다. 헌데, 가만히 보니 뱀이 나를 물고 있는 모양이 너무 필사적이었다. 마치 지금의 내 모습과 비슷해보였다. 이봐.. 내 고기를 얻으려면, 따끔하지 않게, 몰래몰래 물었어야지. 독이 잘 퍼져나가게..
뭐, 동감같은 것을 하면서 쓰윽 쓰다듬어 주었더니, 껍질이 벗겨져 버렸다.
끄라비다.
어쩌다보니 이리로 와버렸다. 여기는 타운의 차(CHA)게스트 하우스.
아무런 계획도 없고, 어제 오늘 주워들은 몇마디 정보가 끄라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 그래서, 그냥 라이레라고 하는, 육지 속의 섬 이라는 곳까지 곧바로 들어가려고 했다.
“끄라비는 세군데로 나눌 수 있어요. 타운. 아오낭. 라이레” “라이레에 내려서,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싼 게스트하우스가 나와요” “아오낭은 빠통이랑 비슷하게 번화해요.”
그리고, 라이레는 락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전부터 들었었다. 어제 아리랑에서 잠깐 나왔던 락 클라이밍.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고 있었다. 버스 앞에 AIR라고 쓰여있는 것들은 에어컨버스다. 그넘들은 절대로 에어컨을 끄지 않는다.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던 서양커플이 “프로즌 업” 될 것 같다고 떠들었는데,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아이스크림이 연상되었다. 배가 고파서 그랬나보다. 문제는.. 에어컨 버스가 아닌 일반버스는 진짜 덥다는 것.
어쨌든, 오는 길에 갑자기 머릿속에서 코팡안에 가지마라, 는 말이 들려왔다. 분열초긴가? 너무 분명하게 들려와서,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은 끄라비로 가기로 했다.
길거리에서 또 셀렉남을 먹었다. 수랏타니에서는 국수만 먹는다.
치앙마이에 들어갔을 때, 남아공에서 왔다는 흑인 부부 에이브러험과 도나를 만났었다. 서로의 일정을 물어볼 때 나는 “아 윌 고우 투 빠이, 앤 메이비 스테이 데어 포에버”라고 말했었다. 그 부부는, 농담도 잘하셔, 라는 눈빛으로 한참이나 호탕하게 웃어댔었다.
삼주뒤에 빠이에서 어슬렁대고 있을 때, 갑자기 그 부부를 만났다. 나를 만난 그들은 포옹을 해대면서 한참동안이나 반가운 인사를 나눴었다. 며칠 후에 내가 빠이를 나올때 맥주를 권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처럼..) 끝까지 무! . (고 포 잇!)이라고 했었다.
여기는 코시레라고 하는 푸켓의 가장 가난한 마을. 밤에는 사고가 나도 경찰이 오지 않는다. 마약과 범죄의 소굴. 양철로 만든 집과 판자로 만든 집, 그리고, 마약상으로 거부가 되었다가 잡혀들어간 사람이 만들어놓은 궁궐같은 집. 뭐 그런 것들이 있다. 사진은 양철집. 더운 날에는 뜨거운 양철지붕이 되겠다.
그리고, 바다가 양철집 바로 앞에 펼쳐져있다. 물고기를 잡으면서 살아가는 까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이들은 신발을 신지 않거나, 혹은 한짝만 신고 있다. 한짝.
이 사진은, 한달동안 여행사 체험을 도와주신 미스코리아 뺨치는 아가씨.
지금 태국시각은 2004년 11월 5일 오전 6시 5분.
서울은 8시 5분. 다들 출근하시는 중이겠다.
뭐하다가 이 새벽에 일어났는가, 옆방에 사는 미스코리아 뺨치게 이쁜 아가씨가 방문을 두드려서라고 해도 믿을 사람은 없겠지? 믿거나 말거나다.
어쨌든. 오늘 새벽에는 해뜨기 전에 목성이랑 금성이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보면 더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그림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맞나?.. 어쨌든 방금 금성과 목성이 만나는 장면을 보고 들어왔다. 꿈을 꾸는 것 같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더 우울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여자는 가면을 쓰면 좋아하고 진심을 보여주면 싫어한다, 고 했었다.
맞는 말이다. 사실은 모든 인간관계는 다 그렇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내서, 거기에 맞게 행동해주면 너무나도 좋아한다. 내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인간에게는 아무도 호감을 주지 않는다.
웃기지 않나? 하루에 한번 식당에 들러서 인사해주는 것이 인정상 당연한 거라고 찾아오는 인간이나, 와도 귀찮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나, 둘다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푸켓에는 가끔 비가온다. 가끔.
그런데, 그 비를 맞으면 안된다는 사람이 있었다. 비에 흠뻑 젖어버려서 상처가 덧나고 곪아서 무척이나 고생했던 기억이 있나보다. 나로써는, 곪았던 기억은 기억이고, 지금 비가 온다면 그 비는 맞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쪽이다. 낭만적인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빠통 해변에서 비를 만났다. 비를 맞고 싶었다. 하지만, 치료중인 발목은 피해가면서 맞았다. 더이상 곪으면 위험하다는 둥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낭만적인체 했지만,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은 사람이다. 어쩌면 그 사람도 아직 곪은 자리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다니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비우라는 말이 무슨 말이었을까.
욕심일까.
그런가보다.
욕심부리지 말라는 말이었나보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욕심때문에 일어나는 마음과 몸의 피곤함을 깨달았으면서도, 결국에 남는 한(恨)을 맛보았으면서도, 그래도 욕심은 계속 일어나고, 또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는 찌꺼기들만 남는다.
욕심이 생기면, 잘 바라봐야한다. 나처럼 소심하고, 삐지기 쉬운 인간은 어쨌든 약한데, 그걸 잊곤 한다. 그나마, 타국에서, 조용히 앉아서 다시는 어리석지 않게 되길 바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사람들은 정말로 힘들게 살아간다. 입에서 쌍시옷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
싸가지고 온 책이 아니라, 며칠전에 푸켓에 들르셨던 아는 분의 선물이다.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을 수 밖에 없는 책. 읽는 동안, 만약에 이 책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하루키였다면, 그래도 내가 하루키 팬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나는 이 책에서도 무언가 나와 꼭 들어맞는 것을 찾아내고서, 지금처럼 하루키 소설속의 무대를 아이디로 쓰고 있을 것 같다.
30여 년이나 지난 이야기 - 그렇다.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저 길에서, 그저껜가.. 술을 먹고 하늘을 쳐다보고, 한참동안이나, 걸어다녔다.
마약을 한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즐기게 되었냐고, 누군가 물어보았다. 기분좋게.. 그렇다고 대답해주었다.
어제는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굉장했다. 길을 걷다가, 벼락맞아 죽는 것 아닌가 싶은 정도로 근처에서 번쩍번쩍 했었다.
마음을 바라보는 일은.. 조금만 잘못하면, 언제라도 큰 시련으로 다가온다. 애(哀). 를 버려라.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인간들은, 자기가 환영받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겁내는 인간들이다. 당연한 자세로 거만떠는 인간들은 죽어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고.. 가만보면, 그런 사람들은, 자기를 향한 불쌍한 시선을 모르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혹은 하찮은 동네. 빠통.
프롬텝. 푸켓의 가장 남쪽. 석양을 보러 갔었다.
프롬텝에서 바라본 “르 메르디앙 요트클럽” .
사실은, 요트클럽의 왼쪽에 있는 조용해보이는 비치에 가고싶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찾기 힘들어서 현지인들이랑, 유럽인들 몇몇밖엔 없었다.
여기는 프롬텝보다는 조용한, 석양이 이쁜 장소. 현지인들을 위한 장소처럼 보였다.
프롬텝쪽을 바라보았다.
절벽이다.
이곳 조용한 뷰포인트에는, 풍차가 있다. 돌고있다.
결국, 오늘의 투어는 푸켓에서도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비치를 찾아가는 것으로 끝났다. 여기는 심지어 150밧짜리 방갈로도 있다.
어머님이 아프셨단다. 감기..
동생은 잘 있는 것 같다. 외투를 입는단다. 목도리는 아직 안하시고, 추워서.. 덥고 싶단다. 어제 삼계탕을 먹었다고 자랑했더니, 남대문에서 30년인가 40년인가 했다는 삼계탕을 그저께 먹었다고 자랑한다.
큰죠이님을 유비에 비유했더니, 귀도 길고, 팔도 길고.. 유비는 괴물이란다. 작가 고우영선생 덕분이다.
오늘 세시에는 아는 분이 메트로폴에서 마사지를 쏘기로 했다.
오늘 일곱시에는 드디어 불위를 걷는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있다.
요즘 이동네에서는 칼이나, 도끼로 피어씽을 하곤 한다. 채식주의자 축제다.
동생은 내일 퇴근하면 곧바로 집에 가야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