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

박제권
어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저자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다면, 읽는 동안 약간의 색안경을 쓰게된다. 예를 들어, 책을 쓴 이가, 나이들어 큰스님 소리를 듣게 되었어도 신도가 절을 할 때면 항상 함께 합장을 하였다 던가, 장좌불와 - 눕지않고 자지않음 - 을 말그대로 실천하였다 던가, 혹은 쌀 한줌으로 하루를 연명하면서 깨우침을 얻기 위해 토굴생활을 했다는 것을 들으면 그렇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은 한 청년이 삼십년 넘게 토굴속에서 하루 한끼로 정진하였다면, 그의 설법을 읽으면서 완전히 객관적이 되는 것은 힘들다.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박제권
2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순신에 관해 글을 썼던 작가 김훈이 대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집은 돈이 없는 관계로 동생에게 빌려서 읽었는데, 김훈의 수필은 그럴싸하긴 했지만, 강한 무엇이 없었다. 그저 그랬다. 그 다음에 실린 소설도 그저 그랬다. 그저 그런 소설들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중간에 실린 소설들을 다 건너뛰어버렸다. 글은 그럴싸하고, 페이지수도 잘 채워주고 있지만, 마치 나의 블로그처럼 말만 많을 뿐 임팩트가 없었다. 모른다, 그중에 좋은 작품이 있을지도. 하지만 너무 더워서 읽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버렸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박제권
어제 오랜만에 크래쉬의 공연을 TV로 해주더군요. 여전히 건방지고, 여전히 멋있었습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네 전부를 걸어 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그 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아, 넵. 이 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모릅니다요. ㅎㅎ 댓글 hanti : 이 노래, 며칠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고 감동했습니다. 감동이라기보다도 “뜨끔”했다고 할까요? (2004-08-09 00:17:15) 권지현 : 여지껏 저도 답을 못찾았습니다.

일관성의 문제

박제권
몸이 아픈 것은 다행히도, 나 자신을 돌아볼 좋은 기회가 되었고, 심지어 어느 정도는 그간 쌓여있던 무언가를 조금씩 깨나가는 계기도 되었다. 다행히도, 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조금만 긴장하거나, 과거의 잘못에 집착하기만 해도, 당장 어깨와 목으로 통증이 오기 때문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질투, 비교, 미움, 죄의식” 같은 것이 어깨에서 목으로 올라오는 거기쯤에 올라타고 있다는 것을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하나의 죄의식을 가만히 바라보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잠시나마 몸도 나를 용서해 주는 것이 느껴진다.

조까라 마이싱

박제권
제목이 거창하다. 소심한 남자는 저걸 제목으로 쓸 수 없다. 다른 사람글을 베껴온 거니까, 가능하다. 강한 느낌으로 제목을 적은 이 사람은 누구인가, 슬쩍 들여다보니 “박민규” 바로 그, 박민규. 이 사람이 문지에도 글을 쓰네. 라고 하면서 사이트제목을 보니, 아니 이건 “이외수”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이외수… 라고 하면, 춘천에서 표구하는 사촌형이, 아주 잘 아는 사이라고 뻥치곤 했던, 그 작가. 머리길고, 수염기르고, 비듬이 그렇게 많다던.. (아니 그건 류시화였나?) 암튼. “내가 소설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이, 나를 쓰고(用)있다.

나에게

박제권
마음의 때를 벗어버리면, 별로 거리낄 것이 없을 껄. 길거리에서 껌을 파는 할머니를 보고 안타까워하거나, TV에서 빈민촌이 나올 때 찜찜하거나,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서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느낄 때. 그와 동시에, ‘나는 내 편안함이 더 좋은 걸. 그 사람들이야 어쩔수 없는거잖아?’ 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릴 때. 길에서 마주치는 깊이 패인 브이넥을 보며 야릇한 상상을 할 때. 이걸 어떻게든 그럴싸한 말로 설명해보겠다고, 책을 읽고, 공책에 끄적거리다가, 혹시나 성공이나 재산을 모은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품을 때.

멀리있는 것은

박제권
멀리있는 것은 이뻐보인다. 똑같은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방콕에 미친 사람은 방콕에 가야만하고, 미국병은 미국에 가야만 고칠 수 있다. 어쨌든, 멀리있는 것은 이뻐보인다. 또, 방콕에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돈도 없다. 어떻게 갈지 아직은 미지수 . 어쩌면 나오키상처럼 도박을 하면서 지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도박같은 건 모른다. 무리다. 그러면서 일단 가기로 했다. 다행히 한 천사의 도움으로 싼 항공권 구하고, 예약도 걸었지만, 지불은? 역시 미지수. 이런 상태에서 숙소를 구해본다. 양심은 있으니, 카오산에 삼천원짜리 도미토리를 뒤져보다가, 역시 그 천사의 도움으로 싼 호텔을 구했다.

딸라

박제권
밖에 나가려는데 백원짜리 몇개뿐. 급하게 생활비 저장소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다. 한푼도. 혹시나 하며 서랍을 뒤지니, 지난번 베트남 여행에서 남은 미국달라가 보인다. 음모론자의 성화 달라. 뿌듯해 하며 집을 나선다. 조만간 어딘가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이 나타날꺼야…

무라카미류 - 69

박제권
1969년 봄이었다 그 날, 3학년 최초의 종합시험이 끝났다. 아마도 내평생 최악의 성적이 될 것 같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의 성적은 끝없이 하강해 갔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부모의 이혼, 동생의 갑작스런 자살, 나 자신이 니체에 경도했다는 것, 할머니가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것, 때문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냥 공부가 싫었을 뿐이다. 류는 고등학교 3학년의 선생들을 “우리를 가축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의 앞잡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축이 되어가는 걸까. 가축과 인간의 차이는 뭘까. 할머니 밑에서 자란 장남은 예의 바른 인간이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견딜 수 없는 인간이기도 하다.

다빈치 코드

박제권
저자는, 예수의 일생과 성당기사단 따위의 음모론에 관한 책을 너무 좋아한 것 같다. 나도 “예수의 후손은 사실은 바라바”, 아니면 “사실은 나폴레옹” 같은 얘기들을 너무 많이 읽다보니, “사실은 철가면이…” 라고 해도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결론까지 와보니… 이건 너무 뻔한 얘기였잖아. 역시, 내가 책을 써봐도 같은 결론이 나오오, 라는 얘긴가? 예전에 “헤르메스의 기둥” 을 읽을 때는 과도하게 흥분했었는데, 지금 보면 다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선배와의 잡담중에 “사실 이황이 고봉과 싸운 이유는 그들이 서로 부자지간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따위의 한국적 음모론이 나온다면 그럴싸하지 않을까, 공상했었다.

홀로그램 우주

박제권
삼차원 적인 이미지이며, 공간의 이동으로 시간의 흐름을 흉내내기도 하는 홀로그램.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들을 때마다 내가 가진 상식의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능력 관련한 세미나에서 만난 방사선 기사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사실 사회의 이곳 저곳에는 여러가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당신의 옆에도 나처럼 초능력에 미친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어제 찍은 MRI에 초능력자의 염력이 녹아있다던가, 지금 쓰고 있는 워드프로쎄서의 버튼들이 사실은 하룻밤 명상의 결과라던가, 그런 얘기다.) 어쨌든 이책은 그 홀로그램이라는 현상에 대한 책이고, 또, 그 현상을 심리학자, 물리학자, 초상현상 연구자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선택의 결과

박제권
인생은 지속적인 선택의 총합이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지만, 과연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고민이 있었는가 물어보면, 과정은 언제나 부족했다. 반대로, 과정이 알찬 만큼 그 결과가 만족스러웠는가를 묻는다면, 너무 많은 우연으로 인해 예상했던 결과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변명하게된다. 선택이 항상 옳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정이 충실했으므로 이에 만족합니다, 라는 자기만족의 변명을 한다. 솔직하게, 그것은 자기 만족이다. ‘난, 치열하게 살고 있다구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그려놓은 상” 이다.

이란 암호

박제권
모든 국가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NSA가 그 비밀을 지키고 있다. 이란이라는 나라에서도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위해서 암호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구현한 것은 아니고, 스위스기업인 Crypto AG 에서 구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에 이란의 암호체계가 NSA에 노출된 데에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우선은 이란에서 사용중인 암호 알고리즘의 허점을 NSA가 찾아냈을 수 있다. 또, 이란에 수출되는 스위스제 암호제작기에 “수학적 뒷문”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란 정보기관의 내부인사가 암호를 풀 수 있는 인수들을 NSA에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

노래방갔었다.

박제권
쿨의 달링. 노래:jinto. “이제 발라드 가수로 거듭나는 거야”, 로 시작하는 유명한 쿨의 노래다. 노래방에선 앞부분도 흉내냈지만, 핵심부만 올린다. 자, 들어보시라. jinto 의 목소리. 이런 것 올리면서 별로 민망하지도 않다. 댓글 눈떠봐 : 듣는 사람이 민망한건…상관아니하시남여^^ (2004-10-10 04:52:40)

그리고 아무말도

박제권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새 책이 맘에 들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서 걸었을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커피,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햇빛이 금빛으로 사치스럽게 그러나 숭고하게 쏟아지는 길을 걷는 다는 일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아편굴은 싫어

박제권
집착하면 된다. 돈에 집착하면 돈이벌린다. “이번달 카드가 또 백이 넘었네,” 따위가 아니다. “아, 지난 달 보다는 삼천원이나 적어!” 하는 쪽을 말하는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인 현실을 무시하면 된다고. 환경에 대해서 거울이 되길 거부하고, 오히려 그쪽에다 내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라고, 그러면 상황역전. 인생역전. 성공에 집착했던 그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몇번인가 봐왔다. 그들은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단순한 생각으로 살아왔다. 어떤 생각이냐 하면… 세상은 “좋은 것”과 “않좋은 것”으로 이루어져있는 거다. 우리는 근방 100리 이내에서 “않좋은 것”을 씻어내고, “좋은 것”이 가득차도록 노력해야한다.

금연재개

박제권
담배끊은지 12시간째. 7/18 1:09 AM 코가 뻥뚫린 느낌이다. 머리는 약간 무겁고, 띵한 느낌이다. 아직 완전히 띵띵한 느낌에 다다르지는 않았다. 내일 아침이면 너무 맑아서 쨍한 느낌을 느낄 것이다. 이년간의 금연생활을 2월에 망가뜨렸었다. 알바든 뭐든 일을 잡는게 아니었는데 싶다. 어쩌면 2년째가 되어 담배를 원할 때였기 때문에 다시 피운 것일 뿐, 알바는 핑계였을 수 도 있다. 어쨌든, 이번에 끊으면 또 2년은 버티겠지. 담배를 끊으면서 커피도 동시에 끊었다. 대신 베트남에서 사온 연꽃차를 마신다. “은”과 같은 금속향이라는 와리의 말이 맞는 것같다.

마음을 열고서

박제권
누구나… 누구나, 타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살아야 한다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착하게 산다는 말은 쉽지만, 과연 얼마나 착해야 하는가. … “당신이 잘 꾸며진 청와대 뜨락에서 국내외 귀빈을 만나고 ‘영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동안 당신과 같은 또래였던 우리들은 얼마 안 되는 돈을 받기 위해 하루종일 공장 먼지를 마셔야했다”(출처) 이런 글을 읽으면, 체제에 대해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 만이 진정한 인간의 삶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은 부채감. 나에게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부채감으로 느껴진다.

현실적인 문제 발생

박제권
요즈음 최소한의 품위 유지비를 위해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다목적 무결점 서버, 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정체불명의 소켓서비스다. 기능은 없다. 그냥 서버다. 어쨌든, 그것을 만든다고 용돈을 주는 사장님도 (그저께의 사장님과는 다른 회사) 대단하지만, 뭘 만든다고 딱 말하기도 힘들면서 코딩은 계속 하고 있는 나도 신기하다. 결과물이 궁금해서 계속 만들고 있는지도. 그래봐야 생기는 액수는 뻔하다. 먹고 사는 것은 부모님과 동생에게 신세지니까 별문제 없다. “이상의 날개”보다는 럭셔리하다고 자부한다. 결혼도 안했고 직장도 없다.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는 핑계로, 여행이나 다니고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천한 직업

박제권
“한국에서 가장 천한 직업: 40명의 팀원들 데리고, 이통사 하청받는 임원.” 이통사말고도 대기업들이라면 똑같겠다. 너무… 시니컬한가? 심히 괴로우신 상태로 카운셀링을 부탁하신 벤쳐기업의 사장님께서 뭔가 “화두”같은 것을 달라고 하셨다. 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쳐다보다가 “천국은 정말 8000원인가?” 라고 물었다. 취하신 상태라 그랬는지, 그거 정말 굉장한 화두, 라고 하셨고, 우리는 “가격”이란 것에 대해서 한참이나 논했다. 우리는 적절한 가격에 몸을 팔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우겨댔다. 사장님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면박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