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파이썬 코딩

박제권
파이썬코딩 일주일째. 모든 것을 다 제공해주시던 레일즈느님의 손을 떠나보니 아쉬운게 한두개가 아니지만, 어쩐지 간만에 “코딩”이란걸 하는 느낌. 그동안 한 게 “조립”에 가까웠다면 말이죠. 귀찮은 일이 많긴하지만, 자바나 PHP에 비하겠습니까.

취직

박제권
시간대가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이력서도 통과했고, 면접도 통과했고, 그저께, 설날부터 일을 시작했다. 모르는 곳에 무작정 들이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긴장했었다. 다른 시간대의 회사에 리모트로 일하는 것은 처음인데, 내가 열심히 일하는 시간이 그들에겐 잠자야하는 시간이다. 일단 여기 시간으로 오전, 거기는 오후인 시간에 미팅을 끝내고 나면, 뭐랄까.. 아무도 말걸지 않는 조용한… 나만의 코딩이 시작된다.

사랑받기위해, 사랑하기위해

박제권
오늘도 좁은 골목길을 질주하는 자동차들에 신경질을 내며 산보를 했다. 도대체 왜 이 좁은 길에서 커브를 틀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가. 골목의 좁은 하늘에 떠오른 빨간 십자가들이 보인다. 잡스런 생각도 떠오른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라. 올바른 선택을 했더라면 헬조선이란 말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TV에서는 중국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뭔가를 얘기한다. 우리 사는 동네 뒷골목이 얼마나 개판인지, 도대체 어찌해야 이게 좀 괜찮아질지, 그런 고민좀 했으면 좋겠다.

잠을 잘 자게 되었다

박제권
목표를 한가지로 압축한 결과, 그리고, 일어나는 것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본 결과, 잠들기에 성공했다. 저녁 열두시나 열시에 잠이 들기도 했다. 일주일째 제대로 잠을 자고 보니, 그렇게 매달렸던 밤이라는 시간은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 존재였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스윽하고 사라졌다. 이렇게 사라지게 해도 되는 것인지,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산보는 일본한자어가 아니다.

박제권
나는 산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데, 산보가 ‘일본식한자’ 이니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어 찾아보았다. 우선은 고려 후기의 문신 한종유가 저자도에 대해 읊은 한시. 단삼단모요지당(單衫短帽繞池塘) 홑적삼 짧은 갓으로 연못가에 앉으니 격안수양송만량(隔岸垂楊送晩?) 언덕 저 건너 수양버들 석양 녘 서늘함 불어 보내네 산보귀래산월상(散步歸來山月上) 산보하고 돌아오니 달이 떠올라 장두유습로하향(杖頭猶濕露荷香) 지팡이 머리엔 아직도 연꽃향기 남아 있구나 출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저자도는 압구정동과 옥수동 사이에 있던 한강의 섬이다. 한강이 범람할 때마다 압구정동 일대가 물에 잠겨서, 저자도의 흙을 가져다가 매립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졌다.

낮에 일하기

박제권
오늘 아침 발견한 프로그래머의 업무 생산성이라는 그림입니다. from http://georgestocker.com/2014/04/15/how-to-destroy-programmer-productivity/ (via @haruair) 밤 11시에서 새벽 2시까지의 생산성이 제일 좋다고 그려져있습니다. 중간에 미팅같은 거 하면 회복하는데 오래걸린다는 박스도 보입니다. 저도 오랜기간 밤에만 일해왔지만, 요즘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생산성이 가장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역시 애자일 코칭을 해주는 파트너 덕분입니다. 레드마인에 적기 일하기 전에는 먼저 redmine에 일감 목록을 작성합니다. 이 작업을 할 때는 뽀모도로로 하기도 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일감 목록을 만들고 redmine에 넣으면서 얼마나 걸릴지 추정도 합니다(만 자꾸 틀립니다.

애자일 체험

박제권
요즈음, 어쩌다보니 6명의 개발자가 느슨한 팀의 형태로 동네 커피숍에 모여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 네 분이 애자일 코칭 과정을 마친 분들입니다. 관심은 많았지만 사정상 참여 못했던 코스라, 과연 그 졸업생들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궁금했더랬습니다. 호기심이 채워질 찬스죠. 조금 경험해본 후에, 그들은 어떤 식으로 일하더라 라는 포스팅을 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보다는 제가 변한 부분이나 제가 얻은 교훈 따위를 정리해두는게 더 의미있을 듯 합니다. 이 팀이 하는 일은 두가지인데, 제가 담당하는 부분은 소스 파일 수가 1800개 정도인 자바 프로그램을 분석해서 한가지 기능을 수정하는 거였습니다.

협업의 핵심

박제권
같이 일을 해보면, 상대가 나를 존중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기분나빠하거나, 우쭐해했다. 그래놓고서는… 정작 나의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http://www.infuture.kr/1522 오늘 발견한 문장. 되새김질 하면서 옮겨둔다. 동료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가 협업의 핵심이 아닐까.

체력이 중요하다.

박제권
내가 이런 뻔한 말을 하게되는구나. 나이드니 어쩔 수 없다. 체력이 중요하다. 중간에 쓰러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예전에 동료들을 보면 완전히 몰입해서 작업하고, 밤샘도 드물지 않았다. 결국 일좀 능숙해졌다 싶은 40초반에 픽픽 쓰러져버린다. 나도 마찬가지고.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진짜 늦은 거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아직은 일을 해야한다. 나름 생활방식을 바꾸려고 하는데, 잘 되지는 않고, 매일매일 하기로 했지만 작심삼일.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30분짜리 이완연습 (위빠싸나) 7mwc 앱으로 운동 30분이상 산보 이 정도도 안하고 살았다는 거.

아쿠아 작업 종료

박제권
2004년 알게된 여행정보 사이트 2004-05-02-십년만의-태국-1 나중에 빠이여행 가서는 사이트 주인장하고 친해지고.. 2004-09-26-사진들-빠이 결국 일을 함께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이제 사이트 문을 닫는 작업을 도와드렸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했던, 주어진 관계가 아닌, 내가 선택했던 관계들. 안녕.

또렷하게 그때 일이 떠오른다

박제권
누군가의 글에서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글을 보자마자, 즉각 가슴이 딱딱해지며 화가 났다. 십삼년전(!) 어떤 자리에서 내가 그 단어를 꺼냈을 때, 그는 그런 허접한 개념을 말하냐며 나를 강하게 비난했었다. 다른 회사 사람들도 있는 자리였기에 모멸감까지도 느꼈었다. 지금 같으면 다르게 반응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조용히 있었고, 나중에 다른회사로 옮기고 난후에도 몇번이나 그를 만났으며, 친하게 지냈고, 굳이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배울 점이 많은 존경하는 직장 선배였다. 그간 이 일은 직장에서의 불쾌했던,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만 기억했을 뿐, 거기에 이런 분노가 달려있다는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6개월간의 칩거

박제권
법인 대표에서 아무데도 못가는 환자로 순식간에 추락. 이어지는 6개월간의 강제적인 칩거. 멀리 장안동까지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가끔 있어 많이 외롭지는 않음. 어쩐지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사실은 장한평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연극무대 같은 것이고,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출연 준비를 하고 잠시 무대에 나타나는 건 아닌가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비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요즘 가끔 비참함을 느낀다. 내가 스스로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으며,

빠이 기억

박제권
사실 그날은 카메라가 손에 없었다. 길을 걷는데, 오다가다 몇번 본 것 같은 동네 총각이 오토바이 뒤에 타라고 했다. 그는 내가 카오소이라는걸 먹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뒤에 탔더니, 마을에서 좀 떨어진 국수 노점상에 끌고간다. 고소한 맛이 강했고, 그간 먹었던 태국 국수들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카오소이 맛있구나. 셀렉남과는 다르구나. 기억해둘까나. 정말 맛있다고 웃고 떠들며 여행수다를 떠는데, 어딘가를 가리키며 가봤냐고 했다. 나는 빠이 온천에도 가봤다구요. 왓 프라타어찌구도 가봤구요. 그는 웃으며, 또 뒤에 타란다. 이번에는 다운타운에서 떨어진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에 데리고 갔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날

박제권
어릴 때, 이런 골목은 흙바닥이었다. 애들이 놀고 있고, 가게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있던 풍경이 기억난다. 그 골목으로 어느날 자가용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았지만, 그게 뭔지 설명하기는 힘든 나이였다. 어쨌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머리를 들이미는 것들이 싫었다. 횡단보도에 머리를 들이미는 차들도 싫고, 그 횡단보도에서 깜빡이는 파란불을 보며 뛰어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 스무살 무렵에 피피에 갔었다. 그게 내 추억중에 하나였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십년넘게 꿈만 꾸다가, 파티션과 야근이 싫어졌을 때, 다시 피피에 갔다.

일년간의 코딩. 에어텔박사

박제권
작년 초, 아직 추울때였는데요. 다시한번 바쁘게 살아보겠다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어느새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일년이 지났네요. 더운 여름에는 XML 코드 너머로 여행을 꿈꾸면서 사무실에서 웃통벗고 일을 했는데,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하던 때 처럼 겨울 끝무렵이네요. 이렇게 한가지 일에 일년 넘게 몰입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좀 극적인 스토리가 있지만, 일단 짧게 말씀드리면, 여행박사의 신창연대표님을 만나면서 사업이 시작되었구요. 제가 만드는 것은 호텔 예약 서비스입니다. 전에 일했던 아쿠아에선 여행 정보만을 제공하고 뭔가를 판매하는 것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호텔 예약 대행을 하게 되었네요.

척 베리

박제권
이분이 척베리 아저씨 백투더퓨처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중에 하나가 바로 이 기타 연주 장면이었다. 중간에 손을 다친 기타리스트가 누군가한테 전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분 이름이 “척 베리”. 그때는 걍 넘어갔었는데, 아흑 이렇게 신나게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있었구나. 알고보니 아주 유명한 아저씨. Berry, Chuck - Johnny B. Goode (Live 1958) 기타강좌에도 등장하신다 http://www.youtube.com/watch?v=da_xxvzxDYQ 암튼 멋져. 척베리아저씨.

언어 학습

박제권
요즘 준비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닥치는 질문들. “아빠. ‘자료’가 뭐예요?” “아빠. ‘내몰리는’게 뭐예요?” “엄마. ‘부랴부랴’가 뭐예요?” 한마디로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얘기가… 길어진다. 초딩1년이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답을 해야한다는 부분이 핵심. “엄마, 인상에 남는게 뭐예요? 인상은 기분나쁜거아녜요?” “에… 그건 인상쓰는거고, 인상에 남는건 나중에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신기하거나 재미있는거지” 동음이의어도 한번만 설명하면 이해한다,는 부분이 좀 신기하다. 당연하지만, 신기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저 학습력으로 영어공부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칼의 날

박제권
세번을 본 것 같다. 볼 때마다 재미있다. 이 영화 덕분에 유럽에 가고 싶은 장소가 생겼다. 저기. 현재까지 알아낸 정보는 Ventimiglia 라는 동네라는 것 뿐. 하지만, 알파로메오를 몰고서 저곳을 가보고 싶다, 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으니 언젠간 가게되겠지… 아래는 1973년식 영화예고편. 요즘이랑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